[수첩] 'ESMO 2023'과 다이이찌산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0-19 06:00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다. 

유럽 최대 규모 암 관련 학회인 ESMO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힌다. 

전 세계 약 170개 국 암 연구자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등 3만명 이상이 참여해 암 최신 치료 지견을 나눈다.

그런데 이번 ESMO 2023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ESMO 2023 온라인 프로그램 단독 후원을 맡은 일본 제약기업 다이이찌산쿄다. 

다이이찌산쿄는 원래 순환기, 대사질환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항암제 연구개발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실제 2012년 회사 신약 파이프라인 중 40%가 항암 후보물질일 정도. 이러한 연구개발 노력 덕분에 2020년대 들어 다이이찌산쿄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상용화에 성공하면서다. 

ADC 치료제 엔허투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특정 표적 단백질에 결합, 단일 클론 항체(Antibody)와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링커(Linker)로 연결하는 기전을 가진다.

항체 표적에 대한 선택성과 약물의 사멸 활성을 이용,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엔허투는 지난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혁신적인 항암 신약으로 등장했다.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있어 이전 치료 요법 대비 획기적인 종양 감소 효과와 생존기간을 연장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 다퉈 ADC 기술 확보에 나설 정도로 다이이찌산쿄는 글로벌 항암제 치료 개발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엔허투 후속약물 개발을 통한 연구개발에서도 잇단 성과를 냈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과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HER3-DXd)이 ESMO 2023서 프레지덴셜 심포지엄 발표에 선정되면서다. 회사는 또 이번 학술대회에서 난소암 치료 후보물질 랄루도타툭 데룩스테칸(R-DXd),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DXd)의 초기 임상결과도 공개 예정이다.

국내서는 다행히 국산 신약 31호 유한향행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올렸다. 얀센 리브리반트와 병용을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가능성을 엿보는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이마저도 괄목상대할 성과지만, 그럼에도 아쉽기만 하다. ESMO 2023에 참가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초기 임상연구 데이터 발표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ESMO 2023을 후원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130개사 중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일본 기업이 세계적인 암학회에서 메인 스폰서로 등장한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물론 의약품 개발 역사에서 일본과 수십 년 격차가 있기야 하지만, 배워야할 점은 분명히 있다.

엔허투 개발 역사는 일본 다이이찌 제약과 산쿄가 통합하기도 전인 지난 2005년이다. 다이이찌 R&D 팀장 제안에 따라 두 연구개발팀이 협업해 2종의 약을 연결하는 '링커(Linker)'를 끈질기게 연구한 덕분이다. 이는 높은 안정성을 가진 링커 개발로 이어졌다. 

신약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은 결국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집요함일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 명제 아래 언젠가는 글로벌 암학회에서 메인 스폰서로 우뚝 서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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