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정책패키지 함께 나와도 실패…先後 가려야"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소장, 인구 대비 전문의 수 현황 분석
전문의 수, 인구보다 증가율 높아…15세↓-소청과↑ '대조적'
현 필수의료 붕괴 원인, 의사 부족 아닌 의료 시스템에 있어
법적 면책, 보상 정상화 등 선행돼 사명감 회복 기회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11-13 06:09

윤용선 제4대 바른의료연구소 소장. 사진=메디파나뉴스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정책패키지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의대정원 확대는 실패할 정책이라는 지적과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인구 증가율 대비 전문의 수 증가율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수만 더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소장<사진>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와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정책패키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의료 시스템을 고쳐나가면서 증원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을 먼저 제대로 고친 후에도 정말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그때 다시 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명확하게 의료 시스템 자체가 잘못돼있지 않나. 법적 책임이나 보상 같은 시스템 부분이 먼저 개선되고 난 후에도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졌을 때 의대정원 확대도 의미가 있다"며 "재차 말씀드리지만, 선후의 문제다. 같이 진행될 부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용선 소장은 이같은 주장에 앞서 '2010년~2020년 인구·전문의 수 비교분석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해당 데이터는 바른의료연구소가 국가포털통계(KOSIS) 자료를 기반으로 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대한민국 인구는 4955만명에서 5183만명으로 4.6% 증가했고, 전문의 수는 7만3428명에서 10만3379명으로 40.8% 증가했다. 전문의 수 증가 폭이 인구 증가를 웃돌면서, 10만명당 전문의 수는 148.18명에서 199.43명으로 10년간 4.6% 증가했다.

필수의료과로 평가되는 내과는 46.3% 증가했고, 소아청소년과 26.8%, 산부인과 8.3%, 흉부외과 14.1%, 외과 13.2% 등 대다수 과가 모두 인구 증가율을 상회하는 전문의 수 증가율을 나타났다.

65세 이상과 15세 미만 인구에 대한 분석도 별도로 이뤄졌는데, 65세 이상 인구는 51.9% 증가해 전문의 증가 폭을 상회했다. 반면 15세 미만 인구는 21% 감소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32.7% 증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연구소는 15세 미만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소청과 전문의가 증가한 것을 두고, 최근 나타난 소청과 폐업과 오픈런 사태가 단순히 전문의 부족으로 생긴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윤용선 소장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구 대비 필수의료 전문의 수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의대정원을 확대하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문제는 의료 시스템 문제다. 정당한 수가와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면책 등이 보장돼야 하고, 필수의료 인력이 비필수의료 영역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의대정원만 확대하겠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작금의 필수의료 붕괴는 그동안 사명감을 갖고 일했던 의사들이 '더 이상 내가 사명감을 갖고 일할 필요가 없겠구나, 돈이나 벌자, 법으로 문제없는 것이나 하자, 비급여인 걸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생긴 문제"라며 "이 나라 필수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환자 진료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 바른의료연구소 '필수의료 위기, 전문의 이탈이 원인'

한편, 바른의료연구소가 지난 10년간 인구 대비 전문의 수 변화 비교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정부가 OECD 자료에 근거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자료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필수의료 의사 수 부족을 얘기하려면, 바이탈 의료라고 알려진 전문과 전문의 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해당 전문의 수가 부족한지를 알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교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문의 수는 인구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했고,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 수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연구소는 해당 자료에 대해 '10여년 새 전문의 수는 인구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10여년 전에는 언급조차 없었던 필수의료 분야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며 '이는 배출된 상당수 전문의들이 필수의료를 공급하는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이탈이 현재 필수의료 분야 위기를 일으킨 주 원인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단순히 배출되는 전문의 수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더욱이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미용·비급여 진료 영역으로 일찍이 진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므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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