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신뢰가 있어야 진심(眞心)도 가능한 법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11-16 11:5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 방침을 내놓은 후 의료계와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느낌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의학한림원, 각종 병원, 전공의, 공공보건의료기관, 의학계 전문학회 등 여러 의료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가지면서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의료사고 부담완화, 수가보상, 근무여건개선 등 '정책패키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걸었다.

말뿐만이 아니다. 복지부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2일 킥오프 회의를 열면서 본격적인 첫 발을 뗀 상태다.

복지부 '노력'은 다른 데서도 엿보인다.

지난 12일 오후 복지부는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13일 오전 11시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가, 공지 4시간여 만에 '발표 일정을 연기한다'고 번복했다. 이유에 대해선 '증원 수요를 확인하고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만 했다.

이에 일각에선 수요조사 결과를 여과 없이 발표하게 되면 의료계 반발이 상당할 것을 우려해 조율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일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수요조사에서 4000명 증원이 요구됐고 이것이 그대로 발표·공개됐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강대강 대치로 진행됐을 여지가 있다.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 재구성에 따라 회의 연기에 동의한 것도 어찌 보면 의료계를 배려한 조치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까지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의료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었음에도, 결국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적 논의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을 받게 됐음에도, 복지부는 의협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명분을 지켰다. 

복지부가 한결같이 의료계에 보내는 신호는, 어쩌면 진심(眞心)인가 궁금하게 만든다. 국내 보건의료를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의료계에는 그만한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편에선 여전히 의대정원 확대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고, 복지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여전히 촘촘하다. 그간 복지부가 쌓아놓은 벽은 높기만 하다.

각기 다른 의견이 서로 완만히 조정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신뢰가, 진심이 깔려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의료계 사이에 쌓여진 벽을 낮춰보려는 복지부를, 그 진심을 응원한다. 그 진심이 신뢰로, 그 신뢰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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