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휴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대상으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제조판매 중지명령 취소 소송에 대한 변론이 23일 종결됐다.
서울행정지법에서 진행된 이번 변론에서 휴젤과 식약처는 약사법상 간접수출이 각각 '수출'과 '판매'에 해당한다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원고인 휴젤 측 대리인은 "식약처의 처분사유가 부당하다. 설령 처분사유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품목허가취소 제재는 지나치게 무겁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21년 11월과 12월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회수 및 폐기 명령, 잠정 제조 판매 중지 명령에 이어 품목허가취소 처분을 내렸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공급한 것은 수출이 목적이었더라도 국내 '판매'를 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휴젤 측은 이에 대해 국내 '판매'가 아님을 주장했다. 약사법상 '판매'로 인정되려면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통으로 양도하는 행위 등의 2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휴젤의 행위는 이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젤 측 대리인은 해외무역법과 부가가치세법에서 '국내 수출업체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물품을 공급하는 행위'를 수출로 분류하는 점, 해외무역관리규정에서 구매확인서에 의한 공급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하는 점, 간접수출은 무역업계에서 폭넓게 인정하는 수출방식인 점을 언급하며 휴젤 측의 간접수출 또한 '판매'가 아닌 '수출'임을 강조했다.
앞서 판결이 난 메디톡스와 식약처의 소송 역시 동일한 쟁점이었으나, 메디톡스 재판부가 간접수출은 약사법 조율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점도 피력했다.
아울러 수출대행업체 선정 시 일정 거래 조건을 갖춘 41곳과만 거래를 했으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의약품을 유통·양도한 것이 아니며, 간접수출용 의약품이 SNS 등을 통해 국내에서 유통 및 판매됐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오히려 해당 제제가 위조품임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소 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 처분은 감면사유 등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처분임을 강조한 대리인은 "원액 바꿔치기, 서류 조작 등의 위법행위를 자행해서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기업과 달리 휴젤은 어떠한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업계의 관행에 따라 간접수출 방식으로 의약품을 수출했을 뿐"이라며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려 경영 전반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제재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휴젤 측의 변론에 식약처 측은 "원고 측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의약품들이 실제로 국내에 유통됐다"면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무자격자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원고의 제품을 판매한 것이 적발돼 약사법 위반죄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다른 대법원의 판례에서 국내에서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한 이상, 설령 수출을 목적으로 양도했다 할지라도 해당 행위는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며, 구매확인서 등의 거래 행위가 수출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한 바 있음을 언급했다.
이어 간접수출은 법령에 정의되지 않은 시혜적 제도일 뿐으로, 국내업체에 유상으로 위약금을 양도해 처분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판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처분권이 이전된 이상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국내 판매나 유통을 근본적,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판결 또한 약사법과 대외무역법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하며, 국민 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약사법과 달리, 대외무역법은 대외무역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간접수출이 대외무역을 진흥하지만, 국민 보건을 저해한다면 간접수출을 대외무역법상 수출에 포함하면서도 약사법상 수출에 포함하지 않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고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 측은 "본 기관이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폭 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국가 출하 미승인 의약품의 국내 유통 및 국민 보건의 유출 유해를 고려하면 해당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휴젤의 손해는 약사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처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 공방은 지난 7월 메디톡스가 1심에서 승소하면서,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 등 다른 제약사들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재판부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든 1심을 승소한 메디톡스 또한 2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미루어 다른 기업들 또한 1심에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은 낮다. 패소한 편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초 23일 선고 예정이었던 파마리서치바이오는 선고기일이 오는 30일로 연기됐으며, 휴젤의 선고기일은 내년 2월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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