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국 의약품 물류 분야의 '아마존'이 목표입니다. 안정적인 의약품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으로 제약사뿐만 아니라 병원·약국과 함께하는 혁신을 이뤄내겠습니다"
조용준 피코이노베이션 대표이사(동구바이오제약 부회장,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피코이노베이션이 이룩하고자 하는 '혁신'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지난해 야심차게 첫 걸음을 내딛은 '피코(PICO)이노베이션'은 의약품 풀필먼트 서비스 기업이다. 중견·중소제약사들이 모인 한국제약협동조합(Pharmaceutical Industrial Cooperative Organization, 이하 조합)의 영어 약자인 PICO에 혁신이라는 뜻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결합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합 회원사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투자해 탄생했다. 현재 28개 제약사가 피코이노베이션의 주주로 공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피코이노베이션을 통한 중견·중소제약사 '혁신'
조용준 대표이사는 "조합의 많은 제약사들이 창고가 부족해 외부창고를 이용하거나 창고 증축을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창고 구축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데다, 한 번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1000~3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내는 중견·중소제약사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에 2020년 7월, 조합 내 회원사들이 뜻을 모아 의약품 물류센터를 공동으로 운영, 관리하기로 하고 피코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창고 문제 해결 및 물류 비용 절감을 도모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피코이노베이션을 통해 중견·중소제약사들은 물류 비용을 평균 3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로 피코이노베이션 설립을 추진한 한국제약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여하는 '2023년 중소기업 협동조합 대상'에서 유통·물류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어 조 대표이사는 피코이노베이션이 창고 부족 문제 해결과 물류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중견·중소제약사의 '혁신'에도 여러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약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은 R&D에서 나온다. 물류가 차지했던 제약사의 기존 창고 공간을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시설 및 제조시설로 전환하면, 제약사는 본연의 역할인 의약품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 제고에 집중할 수 있으니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중견·중소제약사가 단독으로 구축·운영하기 어려운 온라인몰을 이용할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도 가능하며, 의약품 공동 창고 이용을 통한 제약사별 탄소저감이 이뤄져 ESG 경영과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피코이노베이션이 추구하는 의약품 물류 '혁신'
피코이노베이션의 물류센터는 향남제약단지로 접근이 용이한 평택 드림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총 54,656㎡(16,543평)의 부지를 확보, 그 중 17,059㎡(5,170평)는 총 3만6000셀 수용이 가능한 1차 공동물류센터를 준공했으며, 온라인몰 개발을 완료한 뒤 2023년 1월부터 사업을 개시했다.
사업 개시 이후 제약사들이 순차적으로 입점, 시스템 안정화를 거쳐 현재 12개 제약사의 물류 업무를 이관해 원활하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과거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월초 물량 처리 시 4-5일 소요되던 기간을 2일 이내에 처리함으로써 입점한 제약사들의 고객 서비스 향상에 기여했다.
이처럼 물량 처리 기간을 절반이나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화' 혁신에 있다. 중견·중소제약사들은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물류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의약품 주문 리스트를 확인하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 일일이 제품을 찾은 뒤 하나하나 포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코이노베이션의 물류센터는 다양한 자동화 설비와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창고관리시스템) 등 첨단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24시간 온·습도가 자동제어 되는 '자동화 창고'에 보관된 의약품을 주문빈도가 높은 제품(A)과 주문빈도가 낮은 제품(B)으로 구분하고, RGV(Rail Guided Vehicles)를 통해 포장 작업장으로 이동시킨다.
A는 자동보충과 적재, 피킹을 동시에 진행하는 물류설비 '미니로드+DPS(Digital Picking System)'로 이동해 자동으로 포장 박스에 담긴다. B는 또 다른 물류설비인 '셔틀'로 이동한다. 피킹 지시가 떨어질 때만 제품이 담긴 박스가 작업자 앞까지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작업자가 제품을 꺼내 포장용기에 담으면 박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포장 작업자가 의약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약이 알아서 포장 작업자 앞으로 오기 때문에 동선이 줄어들어 작업 효율이 크게 증대되고, 다품목 소량포장, 낱개 단위 포장도 빠르게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 AMR(Autonomous Mobile Robot, 자율이동로봇) 등을 적용하거나, 자동화 설비의 비율을 늘리면 그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는 더 증대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자동화 설비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의약품 물류 혁신 리더 자리를 노리는 피코이노베이션은 1년 만에 1일 100만 피스 처리가 가능하며, 1조 원 가량의 물량을 처리하는 물류센터로 성장했다.
조용준 대표이사는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 1679조 원의 1.5% 수준인 약 25조4000억 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조 원은 국내 시장의 4% 수준으로 아직 시장지배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코이노베이션의 단기 목표는 국내 시장의 16% 정도인 4조 원 정도의 규모를 핸들링 하는 것"이라며 "물류는 양적인 싸움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충분한 창고 캐파(CAPA)와 시장지배력 확장이 중요하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창고의 캐파가 더 남아있고, 향후 2기, 3기 창고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한진과의 업무협약으로 물류 거점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피코이노베이션의 2024년, 그리고 비전
조용준 대표이사는 "아직 창고를 이전하지 않은 주주제약사들이 물류센터로 창고를 이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코이노베이션의 올해 계획으로 "지난 1년 동안 확보한 의약품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제약사는 물론 외자사에도 이용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더 많은 제약사에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피코이노베이션과 제약사가 함께 윈(Win)-윈(Win)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약품 유통업계와도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는 만큼, 함께 의약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고, 제약사와 병원, 약국이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랐다.
피코이노베이션의 장기 비전은 선진적 의약품 물류 프로세스를 의약품뿐만 아니라 의약외품, 건기식,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전(全) 영역으로 확대해 헬스케어 풀필먼트 기업으로 혁신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조 대표이사는 "의약품 물류업계의 '아마존'을 꿈꾸는 만큼, 선진 물류 프로세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 동남아와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국가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플랜과 블록체인 및 토큰경제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 제공과 같은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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