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논의해야 될 지점이 많아, 단기 내에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에서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 속도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찾고 있다. 특례법에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실무 부처로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복지부는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으로 4대 정책 패키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4대 정책패키지에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비롯해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이 담겼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그간 의료계 현장에서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완화해야만 필수의료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온 것에 따른다.
형사처벌 특례가 적용되기 위해선 특례법이 제정돼야 한다. 정부 의도대로 특례법이 제정되면, 의료인은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안정적으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 환자도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한 만큼, 특례법 제정은 정해진 수순이다. 다만 특례법에 담길 세부내용에 대해선 상당한 논의 과정이 요구된다는 것이 복지부 판단이다.
박미라 과장은 "특례법 제정에 대해서는 패키지에 담긴대로 큰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진행할 거지만, 세부 내용 정리가 덜 됐다. 법무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분쟁을 놓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간에 입장차가 상당하다는 점은 특례법 제정에 어려운 요소가 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환자단체는 의료분쟁 중재제도가 환자에게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중재 결과 대부분이 과실이 없다거나 입증이 안됐다고 나오는 등 의료계에 편향적이라는 경험 때문이다. 더욱이 중재 결과는 민·형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중재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실이 없다고 한다면 그대로 끝나야 하는데, 자력이 있는 의사에게 결국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종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미라 과장은 "의료분쟁협의체에서 보니 의료계든 환자든 현행 중재제도에 대한 불신이 컸다. 특례법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 각각 요구하는 부분이 다른데, 모두 맞는 말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과도 긴밀히 논의해서, 양쪽이 조금이라도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의료사고 보상 영역을 산부인과 외에 소아과까지 확대하는 것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산부인과는 신생아 무게, 임신 주수 등을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소아과는 기준을 통한 유형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미라 과장은 "소아 관련 학회에 어디까지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봐야 하는지 자문을 구했는데, 산부인과처럼 유형화가 되지 않고 있다. 보상 검토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이 뾰족하게 없다. 의학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외에 종합보험 운영 기관을 설정하는 사안이 남아 있다.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박미라 과장은 "종합보험은 현재 민간보험 상품이 없다. 민간에 맡기면 수익률이 낮고 메리트가 없을 테니 판매하려는 보험사가 없을 것"이라며 "공적 기관이 운영하지 않는 한 방안이 없는데, 공적 기관을 만드는 것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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