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이성 전립선암, 포기하면 안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이지열 교수

메디파나 기자2024-05-27 11:44

전립선암은 2020년 기준 세계 112개국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란셋 전립선암 위원회는 지난 4월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2040년에는 연간 전립선암 신규 환자가 세계적으로 2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서양 국가 대비 전립선암의 발병률이 낮지만 위암, 대장암, 간암 등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전립선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 연간 발생자 수가 1만 명이 되지 않았던 전립선암은 한 해에 1만 8000여명이 진단받고 국내 남성암 중 네 번째, 65세 이상에서는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됐다. 

식생활이 서양식으로 변하고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남성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지만 전이성 전립선암의 경우 생존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전립선암은 전이되어도 호르몬 치료(남성호르몬박탈요법)에 반응하여 약 2년간은 암이 진행되지 않는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를 지속하면 어느 순간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 Resistant Prostate Cancer, mCRPC)'으로 발전하게 된다.  

mCRPC는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로,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우려해 치료를 망설이거나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고 여겨 실망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낙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 전이성 암의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은 가능한 뒤로 미루고, 새로운 약제와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암 진행을 미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또한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 등에 맞춰 비항암화학요법으로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10년 전 등장한 새로운 호르몬 치료제를 비롯해, mCRPC 1차 치료부터 사용할 수 있는 PARP저해제  등 호르몬 치료에 저항이 발생한 전립선암 환자라도 조기에 더 효과적인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mCRPC에서 최근 주목받는 기전은 PARP저해제이다. PARP저해제는 BRCA 변이를 비롯한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약 28%에서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가 관측되기 때문에, PARP저해제가 mCRPC에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그 중 gBRCA변이가 있는 난소암, 유방암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PARP저해제 '린파자(올라파립)'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된 후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와 관계없이 기존 치료 대비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PROpel 임상 연구에 따르면, 린파자는 새로운 호르몬 치료제인 아비라테론, 프레드니손 혹은 프레드니솔론을 병용했을 때 기존 표준요법인 아비라테론과 프레드니손 혹은 프레드니솔론 병용 대비 유전자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HR 0.66; 95% CI 0.54-0.81; p<0.001).  

여기에 상동재조합복구유전자(HRR)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질병의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킨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HR 0.5, 95% CI, 0.34 to 0.73). 즉,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비항암화학요법으로 암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진 것이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의 치료는 오랜 기간 풀기 힘든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주목할만한 치료 흐름의 변화로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이라면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기 전 건강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료진들은 린파자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적절히 선별해야 하며,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논의해 건강한 여생을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이지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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