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판결이 타당한 이유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메디파나 기자2024-06-17 07:00

지난 4월경 선고된 서울행정법원의 주요 판결 중 눈에 띄는 판결로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이유로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한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인 사건으로 아직 확정 전 판결이기는 하지만, 향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일 정도로 타당한 판결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이 판결이 이뤄진 사건은 영아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한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우선 그 처분의 근거법령을 살펴보면, 의료법은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를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으로 규정한다(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시행령으로는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광고 행위, 과잉 진료행위, 의료기관으로의 유인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이 중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구체적 유형에는 ▲진료행위 중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경우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해 처방전 없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제공한 경우 ▲무허가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변질된 또는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각 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은 성폭력 범죄의 경우 자격정지처분 12개월, 처방전 없이 마약 등을 투약·제공한 경우 자격정지처분 3개월, 무허가 의약품이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자격정지처분 3개월에 해당한다.

의료법령상 규정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처럼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의료인의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처분은 왜 취소판결을 받은 것일까. 

판결문에 나타난 논리를 살펴보면, 각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의 균형, 형평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자격정지처분의 기간은 3개월이고, 처방전 없이 마약 등을 투약·제공한 경우 역시 자격정지처분의 기간이 3개월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마약 등을 투약하거나 제공한 경우는 자격정지처분의 대상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절차적으로 자격정지처분을 받기 전에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또는 법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3개월의 자격정지처분 기간이 1/2의 범위 또는 1/3의 범위에서 감경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을 여지가 아예 없다. 즉, 처방전 없이 마약 등을 투약·제공한 경우에 비해 위법성이 경미하다고 볼 수 있는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 사용에 대해서는 감경사유를 적용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의사가 접종한 백신의 유효기간이 1일 도과한 사실, 유효기간 도과를 확인한 의사가 먼저 영아의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경위를 설명하고 재접종 안내를 한 사실, 환자인 영아에게는 부작용 등 건강에 악영향이 초래된 바가 없는 사실 등을 근거로 3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은 과도하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형평성의 관점에서, 이 사건의 경우 위법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아주 크지 않고, 과실에 의한 행위로서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와 비교해 볼 때 그 위법성이 경미하며, 처분으로 인한 공익과 해당 의사가 받는 불이익을 형량할 때 불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3개월보다 감경해 자격정지처분을 내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타당하다고 보이며, 이러한 구체적 타당성에 근거해 감경사유를 적용하는 방향이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보다 일관된 처분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의 정비가 필요하다.


|기고|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및 일반대학원 석사(행정법 전공)
-대한의료데이터협회 상임이사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보건의료데이터심의 전문위원
-前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전문위원(법률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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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4-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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