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마약 관련 사회 문제가 증가하며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없는 것은 물론, 업무량에 비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행정처분 역시 강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사진>은 22일 전문지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기관 내 마약류 안전 사용을 위해서는 ▲마약류 전담약사 법정 기준 ▲강도 높은 행정처분 기준 및 비효율적 절차 완화 ▲마약류 관리 약사 인센티브 향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연구 자료들에 따르면, 2018년 5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등이 도입되면서 현재 마약류 관리 업무를 위해 많게는 병원 전체 약제부서 인력의 12% 정도까지 투입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기관에 필요한 약사의 법적 인력 기준은 병원약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합리하다"면서 "지금 기준은 정말 기본 업무만 할 수 있는 최소 인력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약사를 뽑아서 그 중 10%가 마약 관련 업무를 하게 되면 그만큼 기본 업무 인력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약사를 법적 인력 기준보다 더 뽑는다고 해도 여전히 마약류 관리를 위해 배치하는 인력은 어디에서든 끌어다 쓰는 인력일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 내 약사 인력 중 충분한 인력이 운영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결국 충분한 인력이 마약류를 관리하고 있느냐를 물어볼 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다. 특히 병상 수가 적은 병원일 경우에는 그 상황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족한 약사 인력 상황에서 마약류 관리 업무에 모든 인원이 투입되면, 약제부서 내 정상적인 업무 처리에 왜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 약사의 법적 정원 기준은 병상 수를 기준으로 3단계(500병상, 300병상, 100병상 미만)로 나누고 있다. 진료과가 7개 이상 있더라도 병상 수가 적을 경우 약사가 1~2명만 있어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약류의 처방이나 마약류를 처방받는 환자 수는 병원 및 의사별로 굉장히 천차만별이다. 특히, 고령의 복합질환 환자가 많아 마약류 처방 빈도가 많은 요양병원인 경우에도 200병상 미만인 경우 약사는 주 16시간만 상주하면 된다. 해당 시간에 기본적인 약제 업무와 마약류 관리 업무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의료기관 내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환자 수 또는 업무량 등 실제 데이터를 연동하는 새롭고 합리적인 마약류 관리 전담 인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관리 전담 인력이 필요한 이유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로써, 행정처분이 매우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마약류 취급업무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마약류 보고항목 중 누락 및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업무정지 3일 또는 7일에 해당하는 처분이 내려진다. 소지한 마약 재고량과 보고 또는 확인한 재고량 사이에 1알이라도 차이가 생긴 경우 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이 내려진다.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시행되게 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수술과 중환자 치료가 불가능해져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놓인다.
정 부회장은 "강도 높은 처분에 약사들은 마약류 관리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는 무척 높을 수밖에 없다. 1알이라도 로스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까지 모든 업무를 뒤로하고 찾아다녀야 한다. 행정처분 강도 등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업무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절차들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마약류 관리 업무는 '구입-보관-처방-조제-투약-폐기'의 과정을 거친다. 바쁜 의료 업무 환경에서 각 과정마다 비효율적인 절차 때문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어, 이를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
또한, 마약류 관리 업무에 들어가는 약사들의 노력을 인정해 합당한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병원약사들의 주장이다.
현재 마약류 관리 업무를 처리하는 보상은 외래환자 방문당 160원, 입원환자 일당 240원의 마약류 관리 수가 뿐이다. 미국의 경우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에서 약사들의 마약지도료(조제료)가 700엔(한화 현재 6098원)인 것과 비교하면 38배까지 차이가 난다.
무거운 의무에 비해 수가는 부족한 데다 권한도 없다. 외부 마약 감시를 받을 경우, 마약류 관리자인 병원약사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 타부서에 자료 협조 요청 및 감독기관에 정보제공도 어려운 상태다.
더욱이 마약류 관리 업무는 계속해서 고도화하며 확장하고, 빅데이터 사용 및 관련 규제들이 증가하면서 업무량 또한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업무에 비해 업무의 효율성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 병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의 목소리다.
정경주 부회장은 "NIMS 도입을 통해 오히려 일상 업무가 증가했을 뿐, 업무 효율화가 된 것은 거의 없다"라며 "처방이나 조제 등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국가에서 정보 보고를 받기 위한 것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하던 업무에 더해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행정 업무를 약사들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안전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마약류관리위원회가 의료기관에 있어야 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 위원회가 주체로 활동을 해야 정부가 향후 계획하는 마약류 관련 규제들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약사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식으로만 간다면 이로부터 마약류 안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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