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덕분에 HER2 양성 위암 환자도 희망 생겨"

[인터뷰]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 
엔허투 등장은 위암 치료서 15년 만에 생긴 획기적 변화
5개월 불과했던 진행성 위암 환자 생존기간, 1년 이상으로 연장
"4기 위암 환자도 완치 가능…희망 잃지 말고 적극 치료 임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7-30 05:57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올해 4월 1일은 국내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항암제 '엔허투'가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3차 이상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았기 때문이다.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의 예후는 그동안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1년 미만으로 나타날 정도로 좋지 않았음에도, 효과적인 표적치료 옵션이 부재해 치료에 한계가 있어왔다.

이에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를 만나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3차 이상 치료에서 엔허투의 임상적 가치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엔허투의 치료 혜택에 대해 들어봤다. 

심 교수는 현재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에서 위암‚ 대장암‚ 간췌담도암 등 위장관기질종양 항암약물치료를 전문으로 환자 진료에 매진하며, 진행성·전이성 위암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의학과 학사 및 울산대학교 의학과 석사 졸업 후 울산대학교 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음은 심선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엔허투가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3차 치료서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항암 치료와 관련해 이전보다 환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최근에는 언제 치료제가 급여가 되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환자들이 먼저 궁금해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의료진이 먼저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면, 요즘은 환자들이 치료 정보를 듣고 먼저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환자들도 전문가가 된 것이다. 

엔허투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급여 이전에는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급여가 되기를 학수고대했다. 엔허투의 등장은 위암 환자의 치료제 선택에 있어 거의 15년 만에 생긴 획기적인 변화다.

Q. 전체 위암 환자 중 HER2 양성 위암 환자 비율은 어느 정돈가.

HER2란 인간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을 말하며, 암을 성장시키는 주요 인자 중 하나이다. 전체 위암 환자의 약 15% 정도가 HER2 양성 위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HER2 양성 위암의 특성상 HER2 양성 여부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종양 내 HER2 발현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HER2 양성 위암의 ‘HER2 이질성(HER2 heterogeneity)’ 특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암이 간으로 전이되었을 때 조직검사에서 위암 조직과 전이된 간암 조직의 HER2 양성 여부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또한 같은 위에서도 조직 샘플의 위치에 따라 HER2 양성 여부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체 위암 환자의 약 5%는 HER2 음성으로 진단을 받았다가 이후 조직 검사에서 HER2 양성 위암으로 다시 진단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Q.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서 3차 치료 시 일반적인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만약 엔허투로 3차 치료를 진행했을 때 기대되는 치료 혜택은.

옛날에는 위암 환자라면 모두 같은 항암 치료를 했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에 따라 위암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 HER2 양성 위암 환자에게는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 처음 확인됐다. HER2 양성 위암 환자 1차 치료 시 세포독성항암제는 일반적인 생존기간이 약 11개월인 반면,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약 14개월 정도로 연장된다는 고무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14개월 정도가 지나면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서 암이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제를 바꿔야 한다. 2차 치료로는 라무시루맙(Ramucirumab) + 파클리탁셀(Paclitaxel) 병용요법을 주로 사용한다. 2차 치료 시 평균 생존기간은 약 8개월 정도인데, 여기서 3차 치료까지 가면 생존기간이 약 5~6개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에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2년 내외가 되면 대부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엔허투는 전 세계에서 위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됐다. 엔허투는 임상 연구를 통해 3차 치료 시 약 5~6개월 수준이었던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을 12.5개월로 크게 개선했다. 

환자가 3차 치료까지 갔다는 것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뜻이었던 상황에서 12개월 이상의 생존기간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기존에도 HER2 양성 위암을 대상으로 HER2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엔허투만큼 3차 이상 치료에서 치료 효과를 성공적으로 확인한 치료제는 없었다.

Q.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엔허투가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생존기간 개선을 확인한 데이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엔허투가 HER2 저발현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도 치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현재 위암에서 HER2 양성은 면역조직화학분석(Immunohistochemistry, 이하 IHC) 검사 결과 세포막 염색이 강하게 확인되거나, 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이하 PCR) 검사 결과 HER2 증폭이 확인된 경우 진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진단 검사 결과 HER2 발현 정도가 약하게 나타난 위암 환자에서도 엔허투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허투의 가장 큰 특징인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도 HER2 저발현 위암에서 엔허투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엔허투는 HER2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와 항암 약물을 하나로 합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유형의 치료제다. 

엔허투는 HER2 양성인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주위에 있는 HER2 음성 암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기존 HER2 음성으로 분류되었던 위암 환자 중에서 일부는 이러한 바이스탠더 효과를 통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아직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가 증명될 필요는 있다.

Q. 급여 적용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엔허투로 치료한 환자 예후는?

급여 이후 현재 5~6명 정도의 환자를 엔허투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현재 엔허투는 급여 적용 시 1회 약 40만원, 비급여 시 약 800만원가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 HER2 양성 위암의 1차 치료로 매우 효과가 뛰어난 트라스투주맙과 면역항암제를 사용했거나, 다른 HER2 표적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경우 3차 치료로 엔허투를 사용했을 때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엔허투의 급여 기준 자체가 임상 연구를 진행할 당시 1차 표준 치료법이었던 ‘트라스투주맙+카페시타빈(Capecitabine) 또는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시스플라틴(Cisplatin)’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로만 한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1차 표준 치료 패러다임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관리가 더 수월한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로 변화하고 있다. 해당 환자들이 3차 치료 시 엔허투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선 급여 대상을 고전적인 치료 방법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확장시키는 것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그래서 현재 정부에게 종양내과 의료진들이 학회 차원에서 급여 기준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강력히 전하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도 소개해 달라.

최근 엔허투 치료를 시작해 상태가 많이 호전된 68세 남자 환자 사례가 있다. 이 환자는 2019년 위암을 처음 진단받아 복강경 수술을 받았는데, 2022년 8월경 간 전이가 나타나며 재발이 됐다. 

해당 환자는 HER2 양성으로 진단받았기 때문에 당시 표준 치료였던 트라스투주맙+카페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으로 2023년 8월까지 약 9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이후 암이 진행돼 2차 치료로 ‘라무시루맙(Ramucirumab)+파클리탁셀(Paclitaxel)' 병용요법을 진행했지만 약 6개월 만에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그 당시 환자가 엔허투에 대한 정보를 듣고 해당 치료를 받고 싶다 했지만, 아직 급여가 되지 않아 다른 면역항암제로 치료를 진행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투약 4회차 만에 다시 암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마침 엔허투 급여가 적용된 후 지난 5월 첫 투약을 시작했고 현재 투약 3회차까지 마쳤다. 치료 전과 비교하면 현재는 암세포가 많이 줄어들었다. 위암에서 3차 치료라는 것은 표준 치료에 실패해서 더 이상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는데, 해당 환자는 엔허투 치료 이후 크게 효과를 보고 있다. 엔허투가 없었다면 이미 호스피스 치료를 받거나 상황이 좋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 

Q. 엔허투 투약과 관련해선 어떤 이상반응이 발생했는지, 또 어떻게 관리했는가.

엔허투 투약 후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해당 환자는 엔허투 첫 투약 이후 구토와 설사 부작용이 약간 있었다. 특히 구토 증상은 환자가 생각만 해도 속이 좋지 않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번째 투약부터 적극적으로 부작용 관리에 개입해서 항구토제를 적절히 사용했더니 구토 증상 없이 아주 수월하게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환자가 고생하지 않고 치료를 잘 받기 위해선 항구토제를 사용하는 등 적절한 약제 조정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부작용이 간질성 폐렴 등 폐 부작용이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증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드리고 외래 방문 시에도 관련 증상에 대해 세심한 문진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 환자는 더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간질성 폐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 적극적인 개입을 하면 호전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Q. 마지막으로 위암 환자 및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함께 공격해 부작용이 심했던 일반적인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정말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부터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억제하는 면역항암제, 그리고 엔허투와 같은 ADC까지 항암 치료 분야가 크게 발전했다. 

특히 ADC는 암세포라는 목표물을 콕 짚어 찾아가는 드론에 항암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실어 보내는 원리기 때문에, 훨씬 많은 항암제를 암까지 보낼 수 있으면서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이 더 적다. 

이전에 전이성 위암이라고 하면 열심히 치료해도 5년 상대생존율이 5% 미만이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엔허투와 같이 지난 20~30년간 위암 치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4기인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치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환자가 먼저 주도적으로 치료 정보를 얻고 치료 관련 의사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 병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 또는 가족이 치료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치료 기회도 더 많아진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일부 부작용은 있을 수 있는데, 환자 본인이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면 치료 성적도 더 좋아지고 치료를 잘 받아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환자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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