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공통된 약업·유통업계 고민 "품절약, 낮은 도매 마진"

[인터뷰] 타카오 오리이 도쿄의료보건대학 대학원 임상교수
[인터뷰] 무라시마 일본 약사일보 기자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1-12 06:0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의약품유통 기자단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일본에서의 약업 환경과 의약품유통업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최근 일본 도쿄 우에노에서 타카오 오리이 교수와 무라시마 테츠 일본 약사일보 기자를 만났다. 

병원약사로 오랜 기간 근무해온 오리이 교수와 일본 약업계를 활보하고 있는 무라시마 기자는 일본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약품 품절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도매상들의 낮은 영업이익률과 지속되는 약가인하고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이어서 기존 의약품 유통 방식에서 벗어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 타카오 오리이 도쿄의료보건대학 대학원 임상교수

타카오 오리이 교수<사진>는 일본 의료약학회 인정·지도 약사로 하베이 종합병원 약제부장, NPO 법인 국제병원인증지원기구 이사, 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 정비 기구 이사, 의약품 정보 표준화 추진 협의회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며, 한국병원약사회 명예회원으로 한·일 약사사회의 활발한 교류에 힘써 온 인물이다. 

여러 병원 내 약제부에서 근무해온 오리이 교수는 "일본에서도 의약품 품절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병원에서 처방된 약이 약국에 충분히 입고되지 않아 환자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의 의약품 수급불안정 상황을 밝혔다. 

그러나 오리이 교수는 "병원과 약국이 환자가 대체 의약품을 조제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국보다 대체조제에 더 적극적인 상황을 전했다. 

대체조제에 적극적이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의약품 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항생제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에 대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본의 약사사회도 고민이 많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리이 교수는 "제약사와 병원, 도매상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의약품 품절 문제는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병원과 약국의 의약품 구매 및 재고 관리, 반품 절차 등은 한국의 시스템과 유사했다. 

오리이 교수는 "시설에 따라 방식이 다르다. 병원 약제부가 주문 처리를 하기도 하고, 물품공급시스템(SPD)에서 의약품 주문을 담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주는 의약품 도매상에 있는 약제부가 하지만, 시설에 따라 사무부 등이 실시하기도 한다. 주문 데이터에 따라 납품을 하면, 병원 약제부 약품 창고 등에서 약사가 발주 의약품명, 규격, 수량, 사용기한 등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검수가 완료되면 약품 창고에 입고해 청구원 등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국가 또는 제약사의 회수 정보에 따라 의약품을 회수할 필요가 있을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의약품은 도매상 또는 제약사에 직접 반품한다. 과정에서 반품 전표가 발행되고, 절차에 따라 의약품을 안전하게 회수한다. 

오리이 교수는 병원 약사 입장에서 본 의약품 도매 및 유통 업계의 미래 변화에 대해 "병원의 무재고 시스템과 기존 유통 방식에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향후에는 의약품 도매업계 역시 변화의 흐름에 따라 효율적인 재고 관리 방식의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도매업계의 역할, 업무 내용이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 무라시마 테츠 일본 약사일보 기자 

무라시마 테츠 일본 약사일보 기자<사진>는 약사일보에서 약 18년간 제약, 약사, 약업분야의 취재를 담당해온 베테랑 기자로, 일본 의약품 유통시장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무라시마 기자는 "일본의 의약품 유통 시스템은 제약사-도매상-의료기관/약국으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라며 "기본적으로 제약사가 병원이나 약국에 의약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일부 제네릭 업체들을 제외하면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주요 제약사들의 유통은 도매상이 대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의약품 유통시스템의 문제는 도매상들이 제약사에서 약을 비싸게 구입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도매상이 제약사 의약품을 구매할 때는 높은 가격에 사지만, 의료기관과 약국은 가격을 내리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제공함으로써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무라시마 기자는 제약사가 품목에 대해 6% 정도를 보전 금액으로 도매상에 제공하지만, 영업이익률이 0~1%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성장이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에 낮은 영업이익률 극복을 위해 도매상들은 의약품 유통뿐만 아니라 병원에 제공하는 시스템 서비스를 하거나, 체인약국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약가가 매년 점점 더 내려가면서 일본 도매상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품목에 따라 인하율은 다르지만 큰 폭으로 인하될 경우 10%까지도 인하된다고 한다. 구매자인 약국의 바잉파워가 강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려서 팔 수밖에 없고, 결국 약가 인하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무라시마 기자는 "일본의 의약품유통업 시장은 실제로 축소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 의약품 유통만으로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약국이나 의료 관련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마존, 우버 등 공룡 유통 플랫폼의 침입으로 인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지금의 규제 상황으로는 이 플랫폼들이 당장 진입하기는 어렵다. 아마존이 약국을 갖고 있지 않고, 의약품 도매 판매업 허가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 우버 등이 온라인 약국 또는 약국 시설 허가를 받는다면 의약품 배송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온라인에서 환자에게 직접 신청을 받고, 체인약국과 아마존이 결합해 연결을 하는 방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무라시마 기자는 "의약품을 유통하는 규칙이 바뀌게 되면 플랫폼들이 약국이 아니라 자택에 의약품을 배송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지금의 의약품유통업계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비즈니스 환경이 지금보다 상향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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