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류 스튜어드십' 미비…정책화 기초 다질 것"

[인터뷰] 이소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약제팀 부팀장
국내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 및 정착을 위한 연구 진행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2-03 05:54

이소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약제팀 부팀장.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마약류 의약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캐나다, 호주, 영국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는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대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 및 정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연구를 통해 기초를 잘 다져 궁극적으로 관련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2일 서울시 서초구 오크우드 프리미어에서 병원약학교육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2024 병원약학 연구논문 및 학술상 시상식'에서 '2024 병원약학 연구논문'에 선정된 이소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약제팀 부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소현 부팀장은 같은 팀 김보영 병원약사와 김경임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와 함께 '마약성 진통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 및 시범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병원약학 연구논문에 선정된 이 연구는 대웅제약으로부터 받은 약 1500만원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켜, 내년도 한국병원약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의 주요 목표는 마약류 사용량의 감소와 환자 만족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중독을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사는 처방 중재 및 환자 교육에도 적극 개입할 예정이다.

이 부팀장은 "의사, 간호사, 약사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해 요구도를 조사해서 이를 바탕으로 일종의 표준업무지침(SOP)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후 만족도, 마약 사용량의 감소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SOP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 보는 것까지가 연구의 전체적인 계획이다"라며 "이는 약사의 업무 역량을 재조명하고,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기초 자료를 쌓는 것과 같다"고 부연했다. 

국가가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관련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부팀장의 의견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 역시도 이러한 기초 연구들이 모여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팀장은 마약류 관리 업무가 로딩이 많이 걸리는 업무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자를 위해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용 마약류는 꼭 필요한 암환자 등에는 적절히 사용해야 하고, 일시적인 수술, 골절 등의 상황으로 비암성 통증 환자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뒤에는 약물중재를 통해 환자가 적당한 시기에 이를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중재가 가능한 전문가는 '약사'다. 

이 부팀장은 "처방 검토, 약물의 용량이나 기간 등이 잘못됐을 경우는 약사가 개입해서 중재하고, 필요하다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과정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약사가 개입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이지만, 다학제 팀이 움직여야 한다"면서 "의사, 약사, 간호사가 팀을 이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마약류 관리에 대한 완벽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내는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미 마약류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마약류 사용 후 환자 모니터링 및 관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임상 약사가 회진에 참여해 처방을 검토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단계적 진행이 필요하다. 먼저 병원 자체적으로 연구를 시작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기관 및 연구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단계를 높여 더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팀장은 연구논문 선정에 대해 "마약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병원약사로서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의 발전에 일조하게 될 수 있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약사의 역할을 바탕으로 국민 건강과 공중 보건에 도움이 됨으로써 약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약류 중독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사후조치가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약사는 마약류에 중독이 되기 전에 예방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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