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료 어려운 간암에도 희망은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조성범 교수

메디파나 기자2024-12-27 18:31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 중 하나로 꼽히던 간암은, 과거엔 기술적 한계로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질환이다. 

진단이 오늘날처럼 정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신 항암치료제의 선택지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간암의 예방부터 조기진단을 위한 검사, 진단 및 치료법 등은 모두 근래에 이르러서야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신 항암제의 발전이 눈부시다. 전신 항암제의 발전은 간암의 내과적 치료 중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 중 하나다. 2018년까지 간암 1차 치료에는 단 하나의 옵션만 존재했는데, 대한간암학회의 최신 가이드라인에는 이제 4가지 옵션이 간세포암 1차 전신치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간암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간세포암 1차 전신치료에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 또는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권고되고 있으며, 면역 항암제 기반인 이 요법들을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렌바티닙, 소라페닙 등의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는 국내외 간암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권고되는 옵션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많은 환자들이 가장 최신의 치료법으로서 사용을 희망하는 요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대한간암학회는 ▲과거 조혈모세포이식, 고형장기이식, 자가면역 질환 등이 있는 경우 ▲출혈 고위험 증후를 보이는 정맥류 및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을 보유한 경우 ▲항혈소판제제, 치료 목적의 항응고제 또는 혈전용해제를 복용한 경우 등은 다른 유형의 1차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면역치료제 기반 요법 시행 전에는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출혈 위험에 대해 평가할 것을 권하며, 치료 약 6개월 전 식도정맥류에 대한 내시경 관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희망하던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한 환자들 중에는 크게 낙담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면역 항암제 사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렌바티닙, 소라페닙과 같은 표적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존 치료제들로도 실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렌바티닙은 허가 임상인 REFLECT 연구에서는 OS가 13.6개월로 나타나 기존 치료제인 소라페닙 대비 비열등함을 보여주었는데 , 최근에는 LEAP-002 , CheckMate-9DW  등의 연구에서 OS가 약 20개월까지 수치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보여줘 면역 항암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서의 유용한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REFLECT 연구에서 제외되었던 간 내 종양 크기가 간의 50%를 초과하는 종양 부담이 큰 환자, 주문맥침범 또는 담관 침범이 있는 환자, child pugh B 단계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종양 부담이 높은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서도 렌바티닙 치료가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렌바티닙 투여군의 OS는 14.5개월, mRECIST 평가 기준에 따른 PFS는 6.8개월로 나타나, 1차 치료로 렌바티닙을 투여받은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중 종양 부담이 높은 환자와 낮은 환자의 OS에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발전에 더해, 중기 간암에서 표준 치료법인 TACE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열린 ESMO 2024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HCC 환자 중 Child-Pugh A등급이면서 문맥 침윤이 없는 ECOG PS 0 또는 1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인 LEAP-012 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렌바티닙+펨브롤리주맙+TACE의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 결과 렌바티닙+펨브롤리주맙+TACE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edian PFS)이 14.6개월로 나타나 위약군(TACE+위약)의 10개월 대비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이 확인되었다. OS는 긍정적인 양상을 보였으나 아직 데이터 축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치료가 어려웠던 중간 단계 간세포암 환자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간암 치료 분야의 노력이 엿보이는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더불어 간암 치료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감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연구가 아닐까 싶다. 

면역 항암제 기반 치료가 어렵거나 TACE 치료가 어려운 환자, 종양 부담이 어려운 환자 등 치료 난이도가 높은 간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가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만큼,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치료 희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조성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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