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확실성'이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해석되기에, 미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전 세계와 산업이 긴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기에 이어 이번 2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지에 따라 산업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
<사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했다.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난 1기 행정부에서 보여줬던 정책 방향이 2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과의 합작이나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대관과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해 정책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Q. 트럼프 2기 행정부 제약바이오산업 정책 전망은.
트럼프 당선자의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은 당선자의 공약집 역할을 했던 'Agenda 47'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체 47개 의제 중 3개 의제가 제약바이오산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약가가 지나치게 높으며, 이로 인해 대형 제약회사(Big Pharma)가 미국으로부터 부당하게 이윤을 착취하고 있다고 본다. 반대로 다른 국가에는 약가를 낮게 책정해 미국만 부당하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취임 시 추진될만한 정책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MFN Rule을 제기했던 '행정명령 13948'과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13944' 등이 꼽힌다.
행정명령 13948은 미국 건강 보험인 Medicare에 제품을 공급할 경우 제품 가격이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게 설정되도록 하고 있다.
행정명령 13944은 연방정부 조달시장에서 핵심 의약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품목만 허용토록 한다. 우리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조치인데, 해당 명령은 불공정 경쟁 행위로 인식돼 국제적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해당 명령과 관련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WTO, FTA의 정부조달 협정에서 의약품에 대한 적용 배제 추진을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두 행정명령은 당시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선거 직전인 2020년 중후반에 발표된 후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행정명령을 뒷받침할 시행 규칙이 발표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시행 규칙은 공시와 함께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한데, 행정명령 13948에서 이를 무시했다가 법원 철퇴를 맞았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자 개인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을 암시했었는데, 그런 점에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트럼프 당선자도 찬성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미국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패키지화해 논의하는 것이 불발돼, 현 118대 의회에서 법 제정까지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119대 의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Q. 트럼프 1기 시절 행정명령은 다소 강제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때문에 미국 행정부가 그러한 법적 권한을 가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소비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이윤 극대화에 있어서 유리하다. 그럼에도 기업 의사에 반해 정부가 개입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라고 무조건 강제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여러 협회는 이러한 행정명령에 반발해 법적 공방을 시작했고, 미국 메릴랜드 지방 법원은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의 해당 MFN 규정 적용을 무효화 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보건복지부는 MFN 규정을 사실상 폐지했다.
정부조달에서 미국 내 생산 의약품만 허용하겠다는 정책도 문제가 있다. 이는 WTO 정부조달협정에 담긴 미국 정부조달 시장 개방 약속을 전면적으로 위배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2기 행정부는 앞선 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차적 요건 부분도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백신 회의론자이면서 기존 보건 정책 방향이나 상식과 괴리가 큰 로버트 F. 케네디의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은 트럼프의 반시장적 정책 추진이 더욱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정책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지.
현재 미국 시장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LG케미칼, 유한양행, 롯데바이오로직스, 운트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진출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제약바이오 정책은 1기 행정부 말의 주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본다.
우선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미국 내 활동에 대한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약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들이 강제성을 띠고 있어 실제 추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전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강화돼 해당 분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한국 CDMO 기업의 역할도 중국 견제 정책 강화와 함께 미국 내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의무 역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연방 조달시장 참여하는 외국계 기업 의약품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제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내 제약바이오 공급망 강화를 위한 극복 과제로 꼽히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관세 인상과 같은 요인 역시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Q. 미국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결국 미국 내 제조 기업에 대한 특혜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니만큼, 현재 미국 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활동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가보건지출 데이터(NHE 데이터)'에 따르면, 메디케어 부분 지출액은 미국 내 보건 지출의 21%를 차지한다. 메디케이드는 18%를 차지해 합치면 거의 40%다. 그만큼 연방 조달시장은 미국 보건 시장 공략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한국에서도 셀트리온 USA와 SK라이프사이언스가 미 연방정부와 계약한 건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조달 시장에서 활발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독립적으로 미국 연방 정부 조달시장에 참가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내 독자적 공급망 구축보다는 미국 내 토종 기업이나 미국 외 유수의 제약 기업과 합작을 통해 진출하거나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
각 기업은 미국 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한 대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투자 시 최대한 미국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 정책에 대한 정보 수집 기능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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