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R&D 기초연구는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기초 학문 발달 없이 진보된 연구가 나오기는 어렵다. 이에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형식 제54대 대한약학회장(성균관대 약학대학)은 최근 대한약학회 기자단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기초연구 및 각 대학별·분야별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오는 2026년에 맞이하는 대한약학회 80주년에 대한 선제적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 정부마다 변화하는 정책…기초연구 연속성 갖기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과 같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시작 단계 수준이다. 이런 기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나의 연구가 시작되면 10년, 20년 후쯤 빛을 발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R&D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성급하다."
김형식 회장이 이끄는 대한약학회 54대 집행부의 키워드는 '지속성'과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기초'가 튼튼해야 진보된 연구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기초 연구의 토대를 쌓기보다는, 바로 개발될 수 있는 연구만 찾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성급하게 연구 지원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런 시스템에서는 결국 리드하는 연구가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가는 단편적인 연구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초 학문의 발달 없이 진보된 연구를 해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기초연구 R&D가 꾸준히 시행되도록 국가 정책이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교수 1인당 1년에 1억원에 이르는 펀드를 국가가 균일하게 지원하고, 자기 연구 주제를 10년~20년 지속하는 것이 일반화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속성을 가진 약학 정책, 그리고 약학을 기반으로 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우리나라 기간산업으로 이끌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한약학회의 임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하나의 예시로, 원료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을 하고 있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의약품 품절 및 유행병 사태가 발생하면 대처가 늦어질 수 밖에 없어 원료의약품 관련 연구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이나 약대 교수, 연구기관 등에는 해당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연구비 지원을 비롯한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와 같이 약학계와 약사사회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산업·병원·지역약국 등과 약학대학이 함께 협력해야 하며, 약학회를 중심으로 보다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약 개발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가 임상연구인 만큼, 여러 기업이 학계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한다면 좋은 신약들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암울한 기초약학 연구비용 지원…미래 약학을 위한 자구책 마련
약학 기초 연구의 지속성을 지속해서 강조한 김형식 회장은 한국연구재단 약학분야 CRB(책임전문위원, Chief Review Board)도 맡고 있다.
올해 약학분야 R&D 지원에 대해 김 회장은 "과거 약학분야의 연구비 성장률은 30% 정도 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5~7% 수준"이라며 "전체 국가 R&D 지원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됐다고 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집단 연구 형태에 대한 지원이 증가했고, 오히려 교수들의 기초 연구 지원 비용은 감소된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난해보다 올해 연구지원이 더 암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구 지원의 부족은 연구의 지속성을 깨트릴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이 연구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는 주 요인이 된다.
약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대한약학회는 자구책으로 홍진태 집행부 시절부터 '미래약학기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54대 집행부는 올해 1억원 정도를 더 투자해 총 4억원 정도의 기금을 운영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기금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다. 신진 교수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회원이 1000명까지 증가했다"며 "약대 교수들이 주축이 되지만, 약대가 아니어도 다른 전공을 가진 이들도 같은 연구에 뜻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임 교수들을 중심으로 같이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미래 약학 연구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연구자들이 서로 모일 수 있는 소규모 세미나와 같은 기회를 주기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기금이 더 모아지면 신임 교수들에게 소규모의 연구비와 같은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젊어지고 있는 약학…균형 발전 노력 필요
약대가 늘어나고, 최근 정년 퇴임으로 은퇴한 교수들의 자리를 많은 신임 교수, 젊은 신진 교수들이 채우면서 대한민국 약학은 좀 더 젊어지고, 학문 영역도 더욱 확대됐다.
약학의 세부 분야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김형식 회장은 "모든 학문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약학은 기초와 응용,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 학문이다. 기초가 튼튼해야지 응용도 강화될 수 있는데, 지금 추세는 R&D가 점차 줄어들면서 지역 대학 발전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약학대학의 대학원생 진학률이 줄어들면 교수들의 연구 의욕도 꺾이고, 이는 또 R&D 투자 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이 된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각 약학대학에서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고, 연구 수준도 미국 등 해외 유명한 대학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약대가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서로 발전해야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학문적인 연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최근 신임 교수들을 보면 굉장히 좋은 업적을 이룬 경우가 많다. 각 지역 대학 교수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 및 중점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개 가량의 학문 분야에 대한 균형 발전의 필요에 대해서도 "각 분야별 균형을 맞춰야 신약개발과 약사로서의 사회적 기여도가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약학계 전체의 균형 발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 2026년, 80주년 맞이하는 대한약학회
김형식 회장은 임기 중인 2026년에 대한약학회 8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앞두고 지금부터 TF팀을 구축해 추계 학술대회 및 기념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대한약학회 춘·추계 학술대회가 조금씩 국제학회로서의 위상을 발전시켜가고 있으나, 해외 유수의 학회에 가보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솔직한 감상을 전하면서도 "학회에도 아시아 쿼터제가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약학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해외 연자 초청이 꾸준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학술대회의 발전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또한, 학회는 대학원생들이 서로 발표하고, 인간관계도 도모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외국 학회를 나갈 때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나가지만, 지금까지 외국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발표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적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학술대회 발전 목표 중 하나로 외국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같이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한국 학생들의 연구 능력이 충분히 앞서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김 회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대한약학회 학술대회를 방문하면 그들이 발전된 약학을 우리에게서 배울 수 있고, 우리 대학원에 진학하는 기회도 많이 늘어나면서 한국 약학회의 명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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