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후순위로 밀려나있던 '천연물신약'의 산업화를 촉진 및 활성화 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복지위 서면질의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천연물신약'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제정 이후 현재 국내 시판 중인 천연물신약은 '조인스정, 아피톡신주, 스티렌정, 신바로캡슐, 시네츄라시럽, 모티리톤정, 레일라정, 유토마외용액' 등 총 8개다. 이 중 조인스정과 스티렌정이 '2025년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전진숙 의원은 해당 천연물신약이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인 'A8국가(미국·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일본·캐나다) 2개국 등재 미만' 조항을 두고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질의했다.
또한, 전 의원은 천연물신약이나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해 별도의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천연물신약의 경우 '천연물신약 개발법'에 따른 산업화 촉진이라는 '사회적 요구도'를 반영해 급여 유지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전달했다.
이처럼 국회 복지위에서 천연물신약 산업화 촉진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도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천연물신약으로 허가가 났던 제품들이 한동안 이슈가 있었다. 그 이후 천연물신약에 대한 개발 의지가 크게 저하됐고, 정부 과제들 중에서도 천연물에 대한 과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천연물신약의 위치는 사실 상당히 애매하다. 일반화학 제품에도 속하지 못하고, 바이오도, 첨단바이오 등 어떤 분야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천연물 분야의 상황에 대해 "지금 정부 과제들은 대부분 AI, 로봇 등의 첨단 분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물신약으로 과제를 받기가 쉽지 않고, 연구비 역시 매우 부족하다"며 "천연물신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이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심어줄 수 있는 R&D도 있어야 하는데 맞물려지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천연물을 약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변수가 무척 다양하다는 점이다. 천연물 자체의 특성이 해당 분야의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부분인 셈이다.
천연물을 분석할 때 일반 CRO 기업이 단독으로 검출하는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분석을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성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유효 성분을 특정하기 어렵고, 효과가 있는 성분들만 분리 추출을 하기도 매우 복잡해 지표 물질이나 약리활성 작용 물질과 그 기전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연물을 약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며, 천연물신약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천연물을 과학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종근당의 '지텍정'이 2022년 품목허가를 받은 천연물신약으로 주목받으면서 다시 천연물신약 개발에 대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첨단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식약처가 계속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처럼, 천연물신약도 변수와 물질적 특성이 다른 약들과는 다른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천연물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천연물신약이 미국 등 서양에서는 관심이 크게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약 복용시 안전성에 대해 예민한 환자들에게 니즈가 있고,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에서도 시장 수요가 있는 만큼 업계와 정부도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약업계 관계자도 "천연물 의약품은 오랜시간 처방되면서 임상근거를 쌓아왔다"면서 "천연물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같은 국회와 업계 요구가 높은 것과 달리 정부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에만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번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선별급여 체계 아래에서는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약제에 대해 급여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평가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되면 급여가 유지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필요한 약제들이 평가대상에 합리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선정기준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평가 대상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시 교과서, 임상진료 지침,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보고서 등을 통해 의학적 권고와 임상 효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평가 과정에서 관련 학회 및 실제 진료현장에서 약물을 처방하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임상적 유용성이 없을 경우 급여에서 제외되지만, 불분명으로 판단될 경우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를 평가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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