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에 유익한 술은 없다…알코올 간질환, 금주가 우선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지혜 임상진료조교수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2-15 06:00

세계보건기구에서 추산한 201915세 이상 한국인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리터로 세계 평균 알코올 소비량인 5.8리터 보다 절대적 소비량이 높은 국가입니다.
 
과도한 음주는 치매, 뇌병증, 확장성 심근증, 췌장염, 암 등 우리 몸에 여러 질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우울, 자살, 인지 기능 저하 및 음주 관련 범죄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알코올이 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알코올은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간세포를 손상시켜서 장기간의 과다한 음주는 간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되어 알코올 간질환은 바이러스 간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이어 국내 만성 간질환 중 세 번째로 흔합니다.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고, 세균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이 알코올로 손상된다면 다양한 건강 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알코올 간질환은 알코올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 간세포암종 등 여러 간 질환을 유발합니다. 알코올 지방간은 과음하는 사람들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간세포에 지방이 많이 축적된 상태를 말하는데, 증상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병원을 방문하여 간기능 검사나 초음파 이상 소견으로 우연하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알코올 지방간의 경우 술을 끊고 충분히 휴식하고 영양을 보충한다면 정상 간으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알코올 지방간 상태에서 장기간 술을 계속해서 마시게 되면 약 20~30%의 환자에서는 급격한 간 기능 장애를 보이는 알코올 간염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을 동반하는 상태로 황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중증 알코올 간염은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하여 사망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간염 상태에서도 술을 끊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음주를 지속한다면 알코올 간경변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알코올 간경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진단 당시 복수, 황달, 정맥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하며,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술을 끊더라도 간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의 3-10%에서 간암이 발생합니다.
 
알코올 간질환의 치료는 무엇보다 금주가 중요합니다. 간 손상의 초기 단계인 알코올 지방간 상태에서 금주를 한다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빨리 술을 끊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끊는 데에는 개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금주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과 동료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의사와 상담을 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개인의 의지로 금주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병행하거나, 알코올 치료 상담기관, 금주 동호회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음주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어 음주 문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다음 네 가지 문항 중 두 개 이상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술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알코올 사용 장애에 대한 진료를 권유 드립니다.
 
1.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2.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술 때문에 질책을 받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
3. 술 문제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
4. 해장술을 하거나 오전에도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안전한 음주량은 유전적인 요인, 영양상태, 기저 질환에 따라 개인마다 알코올 대사 능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남성은 하루 알코올 20g, 여성은 10g 이하의 음주가 안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술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에 따라서 간 손상 정도가 다른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총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음주 횟수입니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고려했을 때 적정 한도 내의 음주량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간에 유익한 술은 없으므로 반드시 절제하는 음주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고|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지혜 임상진료조교수

-----*-----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