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1R 완료..단체들간 미묘한 '신경전' 감지

인건비 등 운영비 지출 급증에 '휘청'
보장성 오히려 '독'..수익 그대론데 인상률 낮춰?
치협 측 "3% 인상해줄꺼면, 병협에는 0.3% 줘야 공평"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05-19 06:08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2017 수가협상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일단 의약단체들은 하나 같이 '경영 어려움'을 토로했고, 몇몇 단체들은 상대 단체를 물고 늘어지는 '제로섬게임'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7일 대한약사회를 시작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의 수가협상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 1차 수가협상을 치렀다.
 
약·병·치 인건비 등 운영비 지출 증가에 '허덕'인다
 
첫 협상은 대부분 공급자 측에서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치, 근거자료를 협상장에 제시하며 협상의 물꼬를 트는 단계다. 공단 측에서는 '벤딩폭'이 정해져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각 공급자단체들에게 얼마의 인상률이 필요한지 가늠해보는 시기다.
 
1라운드에서 약사회와 병협, 치협 등에서는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급증하는 지출로 인해 요양기관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약사회 측은 "약국의 경영을 압박하는 최대 요인은 6년제 약사 배출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라며 "약국의 카드 사용 빈도 및 수수료 증가도 운영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협상장에서 토로했다.
 
이어 약사회는 "이러한 이유로 매년 인상률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는 있으나, 사실상 진료비 증가율은 꼴등에 그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늘어가는 운영비 지출은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메르스 이후 '환자안전'이 최대 화두가 되면서, 각종 장비 구입과 추가 인력 고용이 이뤄지기 때문.
 
병협은 "메르스에 이어 전공의 특별법 통과 등으로 운영비 지출이 폭등하고 있다"며 "메르스 이후 격리병동, 음압병실 구축과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추가 고용이 이뤄지고 있고,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전공의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치협에서도 "간호조무사와 치위생사 등 보조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최근 이들의 인건비가 많이 오르게 되면서 개원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면서 "게다가 최근들어 의료분쟁이 많아져 연간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면서, 운영비 지출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보장성 오히려 '독'..수익 그대론데 인상률 낮추는 역할만?
 
게다가 정부에서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건 것이 정작 공급자 단체 측에는 어려움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병협에서는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3대 비급여 개선 정책 등으로 인해 표면적인 지표만 올랐을 뿐 사실상 병원들이 많은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병협은 지난해 환자의 내원일수가 늘고, 진료비 증가율이 8%에 오르는 등의 통계치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보장성 강화 정책들로 인한 것이며, 사실상 증가율은 3~4% 정도로 자연 증가분을 빼면 오히려 진료량은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인 임플란트, 틀니 등으로 많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책임지는 치과계도 '착시현상'에 주목했다.
 
치협 협상단(사진 단장 마경화 부회장)은 "내원일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진료비는 그렇지 않다. 방문일당 단가로 계산하면 오히려 이전보다 낮아졌다"면서 "일은 훨씬 많이 하는데, 돌아오는 수익은 더 적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의협 역시 중기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협상단 측은 "공단에서는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벤딩폭이 확 늘어날 수 없다고 했으며, 동시에 한의계가 중기 보장성 강화 혜택을 받기 때문에 많은 인상률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달했다.
 
그런데 "한의계는 보장성강화 정책 중 2018년부터 추나요법과 물리치료가 급여화되는 것은 있지만,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수가협상은 2017년 인상률을 정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벤딩폭도 적게 마련되고, 인상률까지 적게 준다는 것은 이중고"라고 성토했다.
 
치협 측 "3% 인상해줄꺼면, 병협에는 0.3% 줘야 공평"
 
1차 협상장에서는 공급자단체들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수가협상이 정해진 재정을 두고 공급자단체들의 지분을 정하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장에서도 단체들간 서로의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먼저 치협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병협을 비교대상으로 두며, 인상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치협은 "벤딩폭은 정해져 있는데, 이중 의협과 병협, 약국에서 이중 80%를 가져가게 된다"며 "이 같은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병협의 0.1%는 치협의 1%다. 우리(치협)을 3% 올려줄 거면, 병협은 0.3% 올려주는 게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열심히 협상을 수차례 피튀기게 하면서, 0.1%, 0.2% 더 받으려고 하는데, 이는 사실 30~40억원도 안 되는 돈"이라며 "0.1% 올려서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따져보니, 1달에 800원 더 버는 수준에 그쳤다"고 성토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병원의 추가재정 소요액 1%가 1400억원이었고, 치과에서는 1% 정도가 170억원 정도였다.
 
이어 치협은 "이처럼 점유율에 대한 불만을 매번 공단에 제기하고는 있는데, 배려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제라도 제대로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장에서는 '노코멘트'했지만, 첫 협상이 치러지기 전날 의협과 약사회 간 뜨거운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먼저 조찬휘 약사회장이 수가협상이 치러지기 전 이사장과 단체장 간 상견례장<사진>에서 "의사의 잦은 처방 약 변경으로 발생하는 불용재고약으로 매년 56억원의 손해가 나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의협에서는 바로 다음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불용재고약 문제를 이슈화해 수가 협상에 유리하게 이용하거나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활대를 의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불용재고약은 반품처리 의무화 규정 미비와 의약품 제도 및 열악한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사회 측은 또다시 성명서를 통해 "의협의 비협조로 법에 규정된 지역처방목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방조제에 대한 국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약국과 약사사회의 노력을 그릇되게 해석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처럼 협상이 시작되기까지 양 단체의 열띤 진실공방이 계속됐으나, 양 단체의 수가협상단들은 협상장에서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했다. 그럼에도 서로의 불편한 기류는 여전히 감지됐다.
 
한편 2017년 의약단체의 2차 수가협상 포문은 의사협회에서 오는 20일 열게 되며, 이어 24일 한의협, 병협, 약사회의 2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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