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LDL-C(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고용량 스타틴이 강조돼왔지만, 이를 중간 용량의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병용요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9일 한미약품이 전문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최근 란셋에 등재된 RACING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로수젯 투여군과 고강도 로수바스타틴 투여군을 비교한 이번 연구에서 로수젯은 고강도 스타틴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한 동시에 부작용 부담 감소에 따른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열등성 입증…LDL-C 수치 더 낮춰
RACING 연구는 국내 26개 기관에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하 ASCVD) 환자 378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다. 2017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원광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명지병원 등 국내 26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 ASCVD 환자를 로수젯(로수바스타틴10mg+에제티미브10mg) 투여군 1894명과 고강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20mg) 단독요법 투여군 1886명으로 무작위 배정하고, 3년간 추적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투여 후 3년 시점에서 심혈관계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의 발생은 병용요법군 172명(9.1%), 단독요법군 186명(9.9%)로 나타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2차 평가변수인 LDL-C 목표 수치(70mg/dL 미만) 도달률은 1년 시점 병용요법군에서 73%, 단독요법군에서 55%를 기록해 18%p 가량의 차이를 보여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군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절대 차이 17.5% [95% CI 14.2~20.7])
2, 3년 시점에서도 병용요법군은 각각 75%, 72%로 나타난 반면 단독요법군은 60%, 58%로 관찰돼 LDL-C 목표 수치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모든 관찰시점에서 병용요법군이 유의하게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절대 차이; 2년 시점 14.9% [95% CI 11.6~18.2], 3년 시점 14.8% [95% CI 11.1~18.4])
이에 더해 연구팀은 목표 수치보다 더 낮은 LDL-C 55mg/dL 미만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확인했는데, 병용요법군은 1, 2, 3년 시점에 각각 42%, 45%, 42%로 단독요법군 25%, 29%, 25%와 비교했을 때 LDL-C 감소 효과가 유의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는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투여의 효과는 물론 안전성까지 확인, 이상사례나 스타틴 불내성으로 연구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감량한 환자 비율이 병용요법군 4.8%(88명), 단독요법군 8.2%(150명)로 관찰됐다. (p<0.0001)
이에 대해 김병극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ASCVD 환자의 2차 합병증(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재발 등)을 막기 위한 표준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보다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가 LDL-C를 효과적으로 떨어뜨리고 부작용도 적어 환자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인 만큼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작용 감소로 순응도 향상 가능…"환자 입장에서 굉장히 큰 의미"
이날 간담회에는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병극 교수와 함께 총책임연구자인 차의과대학교 장양수 교수, 교신저자인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홍명기 교수가 함께 참석했으며, 패널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관상동맥센터 최동훈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범기 교수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중간용량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비열등성을 입증한 것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큰 이미가 있는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스타틴 단일제를 처방하게 되고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용량을 늘려 최대내약용량까지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경우 스타틴 용량을 증량하게 되면 부작용으로 인해 힘들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최근 환자들은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스타틴을 증량하려 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먼저 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극 교수는 "근육통이나 간 손상, 당뇨 등의 부작용이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린다.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면서 "의사의 의견과 상관 없이 약물을 본인이 중단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들의 이 같은 이탈이 싫어 의사가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제를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있어 더 안전하고 환자들이 잘 따라갈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임상적으로 나쁘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이를 입증한 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연구 총 책임을 맡은 교신저자 장양수 교수도 "ASCVD 환자의 LDL-C를 낮추기 위해 처방하던 고용량 스타틴 요법은 근육통, 간 손상, 당뇨 등 부작용으로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로수젯 같은 중강도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우수한 약물순응도를 기반으로 LDL-C 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영향 줄 만한 연구"…복합제 사용 근거 마련에 방점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ASCVD 환자 치료에 있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 대비 중강도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최동훈 교수는 "가이드라인에는 최고용량까지 쓰고 타겟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른 약제를 추가하라고 돼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환자들이 부작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스타틴 단일제를 기본 용량이나 한 번 정도 증량할 수 있겠지만 안되면 다른 복합제를 사용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예를 들면 고혈압치료가 그렇다. 한 가지 약제를 써서 혈압이 안떨어지면 부작용 때문에 최대용량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한 가지를 써서 안되면 다른 약제를 추가하는데, 스타틴 치료도 그게 맞다. 어느 순간 가이드라인이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극 교수도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줄 만한 연구이기 때문에 논문도 빠르게 등재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초고위험군 환자의 병용요법은 그동안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얘기만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RACING 연구에 따르면' 이라고 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신저자인 홍명기 교수는 란셋 에디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가이드라인이 빨리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홍 교수는 "에디토리얼에서 '이제는 병용요법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적었다"며 "에디터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가이드라인도 병용요법을 빨리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바뀐 것처럼 이제는 스타틴 단일요법을 강조하는 시대가 아니라 복합제를 고려할 때인 것 같다"며 "이번 연구 하나로 가이드라인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데이터가 축적되면 그런 시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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