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관련 체계 개선 방안을 놓고, 정부와 전문가 사이 고심은 여전히 깊다.
1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국내 의료 체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 고민은 토론회 시작 전 마이크를 잡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부터 시작됐다.
박민수 제2차관은 "최근 응급실 표류 사망 사건이라든지, 소아과 문제라든지 여러 필수의료가 겪는 어려운 현상들을 접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오늘 토론 주제인 지역완결 필수의료 전달체계는 개혁과제 중 가장 핵심이지만, 쾌도난마와 같은 해결책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이기에, 1~2년 안에 해결해내겠다고 허언하지는 않겠다"며 "다만 가야 할 방향과 미래 비전 등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2차관으로서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무관 때서부터 '의료 전달체계 바로 세우기'라는 얘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제라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정확하게 설계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 결단도 있어야 될 것이다. 또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것들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정부측 토톤자로 참석한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장도 여러 지점에 정책적 고민이 담겨있음을 언급했다. 그 고민에는 ▲지역 내 필수의료 공급 위한 네트워크 협력 ▲지역 내 1·3차 의료기관 협력 성과 보장 위한 수가 체계 ▲지역 내 의료체계 총괄 조정 거버넌스 체계화 ▲권역책임의료기관 인력양성 허브화 ▲인력 소진 방지 대책 등이 포함됐다.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은 "지역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돼있고 필수의료도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무엇인가 고민하면, 결국 그 지역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되살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전달체계 정립에 주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릴 거점으로 어떻게 국립대병원 또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니 만큼, 여러 정책적 노력과 대대적인 지원을 패키지로 가져가는 것이 과제"라며 "덧붙여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권역책임의료기관에서 필수진료를 하시는 분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서 인력 소진을 막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에서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점과 고민을 내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역 완결형 의료'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공허하다. 과별로, 질환별로, 병원별로 과제와 정책이 나눠져 있다. 이를 한 단계 더 위에서 묶어주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권역책임의료기관조차도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서, 다른 센터 간 관계 정립에 대해서 고민이 있다. 정부가 조세로 지원하고 있는 수많은 사업들을 하나 단위 사업으로 포괄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된다면 여러 면에서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연구소장(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은 "어떤 한 가지를 해결했을 때 다 해결되는 쾌도난마는 안 된다. 상황을 잘 관리해가면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권역책임의료기관만 지원하면 국립대병원만 도와준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지역에서 역할을 하는 병원은 민간이든 국립이든 그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과 인력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체제를 만들면서 시작해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에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인력 증원을 잘못하면 오히려 지방 국립대 인력이 다른 곳으로 유출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또 권역책임의료기관을 국립대 중심으로 해야되겠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사립병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 기관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공공 임상교수제라는 것으로 지방의료원을 살리려고 하고 있는데, 파주나 포천 같은 곳은 모집이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뽑아가지고는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료법 중 겸임이 금지돼있어서 물론 안 되는 일이지만, 대학 교수가 의료원에 가서 일주일 중 하루만 진료를 하고 나머지는 개인 클리닉을 하는 식으로 한다면 충분히 과 하나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방법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진행을 맡은 신영석 고려대 교수는 "연구로는 정리가 잘 돼있더라도 이것들이 잘 엮여서 현실화될 수 있도록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세부 밑단까지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보상체계, 전달체계, 자원관리체계 등이 패키지로 한꺼번에 준비가 돼야한다"며 "부분적으로 어느 한 지점만 건들면 또 되돌아서 역기능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 실태"라고 우려했다.
이에 포럼을 주관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의료계 여러 고민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약속했다.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을 흡수해 오히려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처럼 정책들이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지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더 명확히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부분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국내 지역완결 필수의료 전달체계 여건을 진단해보고 방향을 수립하면서 공감대를 형성가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의견들을 반영해서 연구를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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