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조후현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 날인 11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의료계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한 의대정원 확대에 주목했다.
이어 필수의료 지원과 관련해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 필수의료 기피 문제 해소를 위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 의료 인프라 수도권 집중과 의료 소외지역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 등 의료계 현안이 다양하게 다뤄졌다.
또 일부 백신 접종에 관한 국가 지원, 바이오업계와 병원 간 연계 사업 확대 필요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 의대정원 확대 발표 초읽기…野 지역·공공의대 신설 연계 주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1대 마지막 국정감사 첫 날 가장 주목받은 의료계 이슈는 의대정원 확대였다.
특히 의대정원 확대 발표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오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원 확대에 더해 지역·공공의대 신설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주에 갑작스런 의대정원 확대 발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다음 주에 긴급하게 한다는 얘기가 의료계에 돌고 있다. 잘못된 소문이냐"고 물었다.
이후 같은 당 서영석 의원도 "여러 가지 질의는 다 빼고 다음 주에 의대정원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냐"고 물으며 의혹을 더하기도 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준비에 따라 발리 발표할 수도 있고 천천히 발표할 수도 있다"며 "핵심은 2025년 의대 정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야당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원이 의원은 "의대 증원이 의대 없는 전남권·목포 의대 신설로 연결돼야 하고 창원대 등 지방 국립대 의대 신설과 대학병원 신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역 의료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지역 불균형 문제 대안으로 나온 지역의사제를 포함해 의대정원 확대를 얘기해야 의미가 있다"며 "기존 대학 정원 늘려주기는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냥 인력 천 명이다 얘기하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도 "의대정원만 늘리는 것 갖고는 부족하다. 의료 공공성 확보와 지방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 추진과 지방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 등 적절한 보상과 비급여 관리, 지불제도 개편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견해를 나타났다. 강 의원은 "결국 기피하는 과가 필수의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증원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을 갖고 필수의료를 육성할 수 있는 신설도 필요하다. 취약지역 의대 신설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의대 신설이나 지역의사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으로 풀어가겠다는 견해다.
조 장관은 "지역 불균형, 공공병원 의사 부족 등 공공의대 필요성 관련 부분은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돼 추진 중"이라며 "우려로 제기되는 입학 불공정성, 의무복무 위헌성, 실효성 등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 쏠림, 진료 과목 양극화 악화,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부작용 방지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신현영 의원은 "수험생 인구가 줄어도 의대 경쟁률은 심화되고 있다. 의사 수가 늘면 인기 과목 경쟁도 더 심화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맞춤 대책도 같이 꼭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대책은 여당에서도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는 '낙제' 평가를 받았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이종성 의원은 "필수의료, 응급의료, 소아과 대책을 하나둘씩 발표하는데 사실 현장에서는 획기적 대책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미흡한 부분도 있다"며 "좀 더 과감하게 해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끔 장관께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선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의료법 개혁 필요성도 다뤄졌다.
서영석 의원은 "천만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 어떤 형태든 의료와 요양 돌봄체계에 대한 국가적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며 "의사 직분에 대해 충분히 존중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보건의료인에 대한 전문화된 면허 업무를 포괄하거나 지배해서는 안 된다. 그 중 하나가 간호법"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료법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간호법 제정보다는 의료법 체계를 혁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조 장관은 "선진화된 의료 요양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특정 직역 역할만을 규정해서는 안 되고 의료법 체계에서 새로운 역할 같은 것이 부여돼야 한다"며 간호법을 별도로 제정하기 보다는 의료법 혁신이 더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 밖에 요양병원이 암 환자를 유치해 진료비 일부를 돌려주는 페이백 문제, 대리수술, 마약류 셀프처방 등 의료계 일탈과 부정도 도마에 올랐고, 비만 치료제 전문의약품인 삭센다를 일반의가 없는 한의원이나 치과의원에서 처방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의원에 삭센다가 335개, 223개, 119개 공급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치과의원의 경우는 7640개, 5881개, 5276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급여이기 때문에 청구가 되지 않아 처방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 의원은 "전문의약품 처방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것인데도 불구하고 면허취소 같은 행정조치가 한 건도 없었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HPV·대상포진 백신 국가지원,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목
이날 국감에서는 HPV 백신, 대상포진 백신, 두창 백신 등 질환 백신에 대한 국회 관심도 여럿 확인됐다.
남인순 의원은 남자 청소년 대상 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 공약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질의 중에는 백신 제품 '가다실'이 언급된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서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후보님 추진할까요?'라는 질문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오케이 빠르게 가!'라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빠르게 가!'라면서 공약을 했는데, 빠르게 가기는커녕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늦장인 것인지 진행이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결국 국민 상대로 거짓말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 HPV 백신 도입 관련해서는 1차 연구용역 결과에서 비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2차 연구용역을 다시 하고 있다"며 "2차 연구용역 때에는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을 반영해서 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말 내지 내년 초까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나오는대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상포진 백신 상황을 문제 삼았다.
인재근 의원은 "올해 7월 기준 80대 이상 대상포진 예방접종자 수는 전년도 170% 수준을 넘어섰다. 이처럼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가의 접종 비용으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대상포진은 옷깃만 스쳐도 아픈 질환이지만, 지나치게 비싼 예방접종 비용으로 국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이 백신 무료 접종 대책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말씀해달라"고 주문했다.
지영미 청장은 "대상포진 백신도 국가예방접종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백신 중 하나여서 이에 대해 비용 효과 분석을 하고 있다. 다른 백신과 비교할 때 상당한 고가라서 이전에 했던 분석 결과에서는 후순위로 나온 그런 결과가 있었다"며 "다시 한 번 분석을 하고 있고, 결과가 나오는대로 절차에 따라 진행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재근 의원은 "너무 부담이 된다면 고령자부터 한다든지 해서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지영미 청장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날 국감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의료 인력과 소통하고 자문받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왔던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예산 감소 문제도 조명됐다.
해당 질의에 나선 인재근 의원은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은 기업 만족도가 높고, 상당히 우수한 성과와 실적을 내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하루 아침에 이 사업을 사장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성과 좋은 사업을 평가도 제대로 안 해보고 없앤다는 것은 정부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병원과 기업이 공동연구 등 여러 시너지를 위해 몰려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 길을 택하고 있다"며 "바이오헬스 분야 성공을 위해서는 적은 예산으로 기업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업을 더 발굴하고 확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조규홍 장관은 "그동안 해당 사업성과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국에 나가서 보니 기업 자체 내에서 개방형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그렇게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활동이 되는 측면을 봤다"며 "국내는 아직까지 그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잘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인재근 의원이 "기재부에서 그렇게 오래 계셨는데 뭐하고 계셨느냐. 이렇게 삭감된 거 알고 있었느냐. 좋은 사업인데 왜 이렇게 됐느냐"고 재차 물었고, 조규홍 장관은 "저희가 (기재부에) 설명을 잘 못한 것 같다. 보완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노력하겠다"고 응했다.
한편, 1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와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계 대표나 회장이 대부분 회사 임원급으로 변경됐다.
증인으로는 안국약품, 한국휴텍스제약, 올라케어, 네이버 등이, 참고인으로는 닥터나우 등에서 각각 관계자가 참석한다.
이들을 신청한 이유로는 불법리베이트 의혹, 의약품 품질관리기준 위반 의혹 등을 비롯해 비대면진료 관련 질의 등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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