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인사 "가장 위험한 시기…험한 길 갈 일만 남아" 이구동성

이필수 회장, 대한의학회 정기총회 축사서 의료계 위기 강조
정치적 논리 따른 의대정원 증원 우려…醫 최대 현안 재확인
대한의학회 정지태 전 회장, 이진우 신임 회장도 우려 상당
'투쟁'까지 언급돼…대한의학회도 올해 정책이사 신설해 대응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1-19 06:06

(왼쪽부터) 정지태 제24대 대한의학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진우 제25대 대한의학회장. 사진=메디파나뉴스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지금 시기가 가장 크리티컬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계는 험한 길을 갈 일만 남았다."

"지금 의료계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대처하지 못하면 의료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질 것이다."


18일 오후 더플라자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2024년도 정기총회'에서는 현재 의료계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극대화된 위기감이 주요 인사들을 통해 공유됐다.

이는 복지부 주도 하에 의대정원 증원 확대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확대 규모가 1000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에 나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021년 5월에 취임해 이제 임기가 3개월 반 정도 남았다"고 운을 뗀 뒤 "23년 동안 의료계에서 활동을 했지만 지금 시기가 가장 크리티컬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발언한 것은 의료계 최대 현안인 의대정원 증원 문제 때문이다. 이필수 회장은 해당 문제가 과학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끌려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가 25차까지 진행됐는데, 23차 때부터는 밤샘토론,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풀어가자고 제안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까지 숫자가 정해진 것 같지 않다. 지금 대통령실의 어떤 그런 것을 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 문제, 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다양한 요인과 지표, 변수 등을 통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채 정치적 논리에 끌려가고 있어 많이 안타깝다. 의협은 협상, 투쟁, 홍보를 통해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후배 의사, 예비 의사가 보다 더 나은 의료 환경 속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 여기 대한의학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에 만들어진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도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에 큰 우려를 표한 바가 있다. 교육의 질과 필수의료가 우선임에도 정부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며 "의학회에서 많은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 모든 사안에 대해 좀 더 유연성 있고 합리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취임을 진행한 정지태 제24대 대한의학회장과 이진우 제25대 대한의학회 회장도 의대정원 증원 추진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이임사에 나선 정지태 전 회장은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례해서 인재의 적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도 못하고 있다. 무작정 의사를 늘려 국가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의사에게 힘든 시절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의과대학을 들어갈 무렵이 되면,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붕괴돼 희망이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울 이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지태 회장은 "연초 발생한 야당 당수 테러에 대한 수습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 말 잔치일 뿐, 어디에도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의료계는 험한 길을 갈 일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취임사에 나선 이진우 신임 회장도 "지금 의료계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의사인력 확충과 같은 문제를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영합(포퓰리즘)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구축한 선진국 수준 의료시스템과 의료 전통,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의사인력 확충 등과 관련된 현안들은 이제 의료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인 문제로 확장됐다. 보다 지속적인 정책 발굴과 실현을 위해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정책이사를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한의학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수입 75억692만원, 지출 54억8499만원, 잔액 20억2192만원 등 지난해 사업보고와 결산 내역을 인준했다.

또 올해 사업 예산으로는 73억9313만원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73억9573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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