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이 발표된 지 2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격렬한 의료계 반대에도 윤석열 정부에선 정책 굳히기에 들어서고 있다.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가 열린 25일, 같은 날 용산청사에서 진행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는 의대정원과 관련해 기존과 동일한 정부 입장이 재확인됐다.
브리핑을 맡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현재 추계한 2000명에 대해서는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0명은 여러 추계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17여개 의대가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인데,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인원이 확충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선 줄곧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유지해왔다. 지난 20일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료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내각 전부가 일치단결해서 국민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며 "첨단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의료인력 확충은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의대정원 확대 실무를 맡고 있는 교육부에서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2000명 의대정원 확대 결정을 통보받은 지 20여일 만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40개 대학에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도록 공문을 발송했다. 더불어 각 대학에서 현재 여건과 잠재력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증원 신청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내달 4일까지 신청을 받은 후에 각 의대 교육 여건, 향후 교수 확충 계획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추가 정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3월 중에 40개 의대 추가 정원을 배정하게 되면 정책 구조상 이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현 시점에 증원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게 되면 윤 정부가 결국 의료계 반발에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끝내 정책 강행에는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진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2020년에 10명을 고발했다가 9.4 의정합의에 따라 고발을 취하했는데, 이같은 것이 집단행동을 쉽게 입으로 담고 행동으로 옮기는 현 의료계 문화를 더 강화시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에는 사후 구제, 선처 이런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 역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하에 추진되고 있는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다양한 대응에 나서면서 2000명 증원 방침을 굳히는 데 지원하고 있다. 중대본은 군병원에 이어 보훈병원 운영 상황 점검, 소방청 인력 보강, 교육부 의과대학 현안 대응 TF, 복지부 검사 파견 등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정책 강행 기조와 정부 압박에도 의료계 대응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변수다.
현재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중심으로 집단행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이미 의협을 비롯해 여러 학회, 의사회 등에서 성명서를 내고 정책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이고, 최근엔 의료계 곳곳에선 궐기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가 열려 끝까지 저항할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일부 대학병원 교수까지도 목소리를 내는 등 이슈에 가세하고 있다.
전공의와 달리 이들은 대체로 병원과 의원에서 진료를 맡고 있는 의사다. 이들은 현 의료체계 위기에서 마지막 버팀목이기 때문에, 만일 이들까지 모두 집단행동에 나서게 되면 국내 의료체계는 그야말로 마비를 넘어 붕괴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로서는 집단행동에 가담한 모든 의사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끝내 이를 수습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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