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명확한 의약품 명명법, '국제일반명(INN)' 도입돼야"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2024 전기학술대회' 개최
한국, 제네릭 의약품 수 많아 INN 사용 시 관리 효율성 높아
유사 제품명으로 인한 '메디케이션 에러' 발생 위험 감소
의약품 성분 인지도 제고 통한 중복 및 상호작용 등 문제 개선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6-01 05:58

(왼쪽부터) 박혜경 차의과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교수, 박미혜 성균관대 약대 교수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약계 전문가들이 의약품의 안전한 처방과 명확한 사용을 위해 제품명이 아닌 '국제일반명(INN)'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사회약료경영학회(회장 권경희)는 31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혜화관에서 '제네릭 의약품 시장 현황과 국제일반명(INN)'을 주제로 '2024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INN이란, 의약 물질 또는 의약품 활성 성분을 구별하기 위한 물질 고유 이름을 뜻한다. 1953년 WHO에서 최초로 개발한 이후 1993년 제네릭 의약품 제품명에 INN 사용을 권고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의무 또는 자율로 대부분의 제네릭 의약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국제일반명 제품명 관련 제도 고찰'에 대한 발제를 맡은 박혜경 교수(차의과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는 "INN 사용은 의약품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안전한 처방 및 조제 가능하며, 전 세계 보건의료인과 과학자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 교환을 효율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사 제품명으로 인한 '메디케이션 에러'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고, 의약품 성분 인지도 제고를 통해 중복 및 상호작용 등 약물관련 문제를 감소시켜 '환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면,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여러 국가에서 INN+제약사명 형식으로 제품명 허가가 이뤄지고 있고, 처방에서도 INN 처방을 진행한다. 

박혜경 교수는 "국내에서는 INN 보다 상표명을 주로 사용한다. 이에 의약품 명칭 유사성 및 성분 확인이 어려워 약물관련 문제 발생 위험이 높다"면서 "제네릭 의약품 수가 특히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 제품명에 INN 사용을 활성화 하면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관리 효율성 제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미혜 교수(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INN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박미혜 교수는 87.6%의 약사가 유사 상품명으로 인해 처방, 조제, 투약 시 혼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예로 들며 "환자가 약물을 식별하는 데 약물 이름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동시에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NN 명명법을 도입하면 환자도 성분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국제적인 추세에 맞춘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한 성과 평가 후 우선순위를 정해 본 정책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는 허가기관의 적극적인 의지에 달렸다"면서 "단계별로 적절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거나 자율적인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 또 제약사들은 제네릭 브랜드화 마케팅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에 이어 INN 도입에 대한 약계 패널들의 토론의 시간도 이어졌다. 패널들은 대부분 INN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연제덕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은 "INN은 10여년 전부터 대한약사회가 계속 해서 논의했던 사항"이라면서 "박미혜 교수가 제안한 시범사업 형태로 모델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본사업을 시작하자는 방식에 동의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밟아가면 내용이 이슈화되고, 정책적 평가도 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NN 제도화는 제네릭 의약품 관리에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과도한 제네릭 경쟁 대신 선진국처럼 5~6개 제네릭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브랜드화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의약품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생각한다면 정부 주도 아래 확실한 인센티브를 만들어서 정책을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영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은 "INN을 도입하면 소비자들의 알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환자들이 기저질환을 가지고 입원을 하게 되면 원내에서 약을 파악해야 하는데, INN을 통하면 정보 파악이 용이해지고, 부작용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에는 4제 복합제까지 나오기 때문에 성분명 나열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축약형 약 이름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도나 정책은 깊이있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에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위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오피니언 리더나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를 넘어 하나의 지지층과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널 외에도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이상원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기존 의약품 이름 변경은 스위칭 코스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상표권과 같은 무형자산도 포기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강제가 아니라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를 해야 하는데 결국 정부가 해당 기업에 대한 편익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권경희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있으면서도 내가 먹는 약을 구할 수 있으려면 성분명을 알아야 한다"면서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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