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총(사격)·칼(펜싱)·활(양궁) 경기의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하고 구기종목 분야 대부분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면서 선수단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에 성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었지만, 오히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정 초반부터 사격, 펜싱, 양궁 등 세 종목에서 연이은 메달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종목 선수들을 지원하는 양궁, 사격, 펜싱협회도 함께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선수들 맞춤형 지원과 공정한 선수 선발로 널리 알려진 양궁협회, 사격협회의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훈련과 선수 선발, 20년 넘게 아낌없는 지원으로 해외 각종 주요 대회에 선수들이 걱정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며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펜싱협회 등 세 협회가 보여준 전폭적인 지원이 세 종목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게 했고, 역대급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올림픽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좋은 성과는 좋은 생태계 구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는 어떨까.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아직 미진하다.
지난 7월 11일 코엑스(COEX)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 컨퍼런스 중 바이오 소부장 세션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박용학 샘표 본부장은 "현재 국내 세포 배지 시장과 시약 시장은 규모가 10조원 정도에 달하지만 이중 95% 정도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 매출 3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어도 국내에서 소부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10%도 안 되는 실정인 것이다. 물론, 바이오 의약품 등을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배지, 버퍼, 바이오리액터 등을 국산화 하기 위한 움직임은 조금씩 있었지만, 바이오 소부장 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지원과 인식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이 소부장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아직은 기존에 검증된 해외 제조사 제품을 사용하다 국산 제품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시장 진입이 어렵고, 글로벌 시장의 문턱을 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지를 가진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포트폴리오를 쌓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협회들이 보여준 의지와 끈기, 전폭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자본의 힘이 바이오 소부장 산업에도 필요하다.
해당 컨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에 바이오 리액터를 공급한 정현프랜트 이동희 이사는 "정부의 소부장 국산화 정책과 바이오협회의 많은 홍보, 수요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적 지원과 의지가 2020년 바이오 리액터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게 했다"면서도 "국내 바이오 산업 제조사가 국제적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갖추기에는 시장의 벽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소부장 산업에 대한 관심과 육성, 바이오협회의 국내 제조사들에 대한 국제 시장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수요 기업의 국산화 제품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제조사의 품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해 상생할 수 있는 바이오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바이오협회 관계자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직원분들도 관심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같은 행사에서 바이오 버퍼를 신사업 분야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의 박현우 소재 사업부 차장도 "국내 바이오 산업 시장이 지속 성장을 하는 반면,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소부장 같은 경우는 글로벌 기업 위주의 독점 시장으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면서 "국내 바이오 소부장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인 정부 지원 정책 기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에 대한 신속한 개발, 사용을 위해서는 공급 기업들이 자립화가 될 수 있도록 R&D 혹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수요 기업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인센티브 도입 등의 혜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소부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원책이 필수라는 뜻이다. 소부장이 튼튼해야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도 보다 안전한 공급망 속에서 안정적인 개발을 이뤄낼 수 있다. 올림픽처럼 메달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바이오 소부장 기업도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막힘없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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