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S 조건 삭제로 호지킨 림프종 치료 환경 개선"

[인터뷰]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호지킨 림프종, 예후 좋지만 25%는 ABVD 요법 치료 실패  
미충족 수요 존재한 호지킨 치료서 완치 확률 높여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9-06 11:58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혈액암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호지킨 림프종은 젊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비교적 예후는 양호하다. 

그러나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 중 30-40%는 표준치료 요법인 ABVD(doxorubicin + bleomycin + vinblastine + dacarbazine 병용요법)와 같은 1차 치료에 실패한다.  

이러한 ABVD 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26%는 5년 내에 질병 진행, 재발, 또는 사망에 이른다. 

이 가운데 등장한 신약이 한국다케다제약 '애드세트리스(브렌툭시맙 베도틴)'. 애드세트리스는 ABVD요법에서 블레오마이신(bleomycin)을 제외한 A+AVD 요법을 통해 임상 추적관찰 7년 시점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82.3%을 보였다. 

또 지난 7월 1일부턴 CD30 양성인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 치료에 대한 급여 기준이 확대됐다. 

이전에는 호지킨 림프종 위험도를 7단계로 나눈 IPS(International Prognostic Score) 중 만족하는 항목이 4가지 이상(4점 이상)일 때에만 급여가 적용됐으나, 이러한 제한 조건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를 만나 국내 호지킨 림프종 환자 현황과 급여 확대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고영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호지킨 림프종 같은 경우 오랜 기간 동안 표준 요법으로 ABVD요법을 사용해왔다. 

-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ABVD 요법을 표준 치료법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ABVD 요법에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 블레오마이신(bleomycin), 빈블라스틴(vinblastine), 다카바진(dacarbazine)이라는 총 4가지 약물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표준 치료법으로서 ABVD 요법은 많은 환자들을 살려 왔으나, 여전히  약 25% 환자들은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성적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노력의 결실이 바로 브렌툭시맙 베도틴이다. 애드세트리스를 활용한 최신 치료 요법이 ABVD에서 블레오마이신을 제외하고 애드세트리스로 바꾼 A+AVD 요법이다. A+AVD 요법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해당 치료 요법은 이전 표준 치료 요법인 ABVD와 유사하면서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한 관련 연구는 2012년 시작돼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결과도 발표됐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애드세트리스는 급여 환경에서 수년간 사용해오고 있었다.

Q. 올해 ASCO에서 브렌툭시맙 베도틴 7년 무진행 생존기간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발표됐다. 교수님 개인적 평가는. 

- 호지킨 림프종은 젊은 사람들의 경우 완치를 목적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ECHELON-1 연구도 처음부터 10년이라는 오랜 동안 환자들이 잘 사는지를 보기 위해 기획됐다. 그래서 매년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하는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다. 

올해 ASCO에서 ECHELON-1 연구 7년 추적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해당 임상에서 상당히 유의할만한 점은 애드세트리스 병용군이 무진행 생존율(PFS)뿐만 아니라 전체 생존율(OS)에서도 일관된 이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임상을 통해 A+AVD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 유의미하다고 본다. 

Q. 3년 뒤면 ECHELON-1의 최종 관찰 기간이 끝나게 된다. 이후 나올 임상도 7년 데이터와 같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가. 

- 최근 공개된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매년 나온 데이터를 추적해보면, 이런 결과를 예상하는 것엔 별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년까지 장기적으로 예상했던 긍정적 결과들을 얻어갈 것으로 본다.

Q. 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최근 급여 설정이 변경됐다. 

- 사실 이전의 급여 기준은 작위적인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험 재정 면에서 생각해보면 이전 급여 기준 설정 배경이 이해가 된다. 

기존 보험 급여는 위험도를 7단계로 나눈 IPS(International Prognostic Score)점수에서 4개 이상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됐다. 즉, 3,4기 호지킨 환자 전체가 투여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4기 환자 중에서도 좋지 못한 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들만 투약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ECHELON-1 연구를 살펴보면 임상에서 처음부터 이루고자 했던 바, 소위 말하는 1차 평가지표(primary endpoint)가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정된(modified) 무진행 생존율(PFS)이다. 

이는 쉽게 말해, ECHELON-1 연구가 애드세트리스를 병용군이 전체 환자에게서 갖는 무진행 생존율에서 우월함을 확인하고자 한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급여는 일부 환자에게만 이뤄진다는 건 작위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애드세트리스 병용군이 장기 추적연구를 통해 전체 생존율(OS)에서도 이점을 보여주게 되자, 기존 연구 목적대로 전체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급여가 됐다. 이제서야 모든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Q. 기존 4개 위험 인자를 가졌던 환자는 전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가. 급여 확대로 인해 혜택을 받는 환자 수는.

- 정확한 공식적 데이터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알려진 바로는 대략 20~30% 호지킨 림프종 환자만이 4점 이상의 리스크를 갖고 있어 급여 혜택을 받아왔다.  

이전 급여 기준에서는 여성 환자 분들과 젊은 환자들은 거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기존 급여는 남성일 경우 1점이 추가되고 고령일 경우 1점이 추가되는 구조가 있었다. 현재는 이런 구조가 사라져 거의 모든 환자가 쓸 수 있게 됐다. 

Q. 환자 입장에선 치료 접근성이 많이 향상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 그렇다. 특히나 호지킨 림프종은 완치를 논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급여 확대를 통해 완치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급여라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가로막혀 있어 아쉬웠는데, 이 부분이 해소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Q. 현재 호지킨 림프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호지킨 림프종은 전문의들이 치료를 할 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암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젊은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는 환자들이 호지킨 림프종이 완치되고 나서도 남은 평생의 시간을 잘 살 수 있도록, 너무 과하지도 적지도 않게 치료하며 환자의 장기 합병증을 줄이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서 치료 목적(concept)이 개개인의 위험도에 맞춰 정확히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때 이 치료법의 완치율을 어느 정도 되는지,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장기 부작용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런 점들을 한 번쯤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 호지킨 림프종은 많은 경우 완치를 목표로 치료 여정을 출발하게 된다. 

담당의가 무작정 강한 치료 방법을 활용하기보다 개개인에 맞춘 적절한 약제로, 혹은 애드세트리스 같은 신약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완치에 도달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 치료한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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