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료기기 선진입 보다 중요한 건 적절한 보상체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9-26 12:00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정부가 혁신 의료기기의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해 제도개편에 착수했다. 개편은 허가와 동시에 임상현장에서 즉시 3년간 사용 후 급여 또는 비급여, 선별급여 형태로 사용을 보장한다는 게 골자다. 

새로운 의료기술 시장 선진입에 대한 요구는 그간 빗발쳐왔다. '제도가 산업발전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내놓은 의료기기 시장 진입 절차 간소화 정책은 환영할 일이다.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의료기술은 이미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방촬영술에서 AI 기술을 병행하면, 전문의 2명이 판독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AI는 입원 환자의 호흡, 혈압, 맥박, 체온 등 4가지 활력징후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24시간 이내 심정지를 예측해주기도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디지털치료는 수면장애 환자의 인지행동치료를 돕는다. 또 반지형 혈압계의 출시는 24시간 우리 몸에 장착돼 혈압 변동성을 수시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새 기전의 기술은 임상현장 진입 여부가 늘 숙제였다.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정작 허가를 받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가로막혀 조기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선진입을 허용하고,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이후에 평가하는 이번 개편안은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판단해본다. 

하지만 우려는 존재한다. 선진입 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신의료기술평가유예제도(2015년)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2019년)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평가(2022년) 등을 내놓으며 임상현장 조기 진입을 유도해왔다. 

특히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평가를 통해 의료현장 진입기간을 390일에서 80일로 대폭 단축시켰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일부 제품들이 의료현장에서 매출을 낼 수 없는 구조라 지적한다. 

한 예로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의료현장에 선진입한 한 AI 솔루션은 그 활용도에 비해 관련 매출은 지지부진하다. 비급여 수가가 임시수가에 비해 1/3로 낮게 책정되면서다. 환자에게 비급여 사전고지까지 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선 사실상 유인책이 없어진 셈이다. 한 줌의 비급여 수가를 받자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전 고지해 동의를 얻는 수고로움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 AI 솔루션은 상급종합병원 한 곳에서만 올해 2200건이 넘는 사용건수를 기록했음에도 비용청구 없이 그냥 사용이 됐다. 환자 생명을 살리는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음에도 매출 없이 실사용근거(RWE)만 축적한 셈이다. 

국내 4호까지 나온 디지털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선진입을 통해 급여와 비급여 둘 중 한 가지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설계가 됐지만, 사용 확대는 쉽지 않다. 사용 교육에 대한 처방료가 5230원에 불과해 의료현장에서는 급여로 쓸 메리트가 사실상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국내 DTx 4호를 허가받은 쉐어앤서비스 최희은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정부 공청회에서 "낮은 처방료로 급여시장 진입이 어려워 1, 2호 DTx 모두 비급여 트랙을 선택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이면서도 많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현실적인 수가 개선을 촉구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기는 쉽지 않다. 임상현장 선진입 보다 더욱 중요한 건 활발히 쓰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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