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한 번에 수천 명 살리고 싶어 AI 파고 들었죠"

[인터뷰] 코어라인소프트 임상전략팀 장령우 연구원 
의대 졸업 후 공학 석사 취득하며 의료AI 기업으로 입사 
간질성폐질환 환자 빠른 치료 결정 위한 폐활량 정량화 AI 분석 연구   
"의술은 의료현장 아닌 공학에도 있어"…'홍익인간' 정신으로 도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0-04 05:56

코어라인소프트 임상전략팀 장령우 연구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의사는 의료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역할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한 번에 수백 명, 수천 명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연구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코어라인소프트 장령우 연구원은 의료 인공지능(AI) 연구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령우 연구원은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의사로서 임상현장으로 가기 보단 공학자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영남의대 졸업 후 울산의대에 진학해 의공학 석사와 공학 석사를 동시에 취득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 등장 후 AI에 관심을 갖던 중 2018년에 참가한 대한의료인공지능연구회 교육 워크샵이 진로 결정에 있어 분기점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워크샵에서 그는 병리학과나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등 이미 의료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 된 딥러닝 기술 현황을 접했다. 또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을 토대로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가 한창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수학을 의학과 어떻게 하면 연결 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내 결심이 서게 됐다고 했다. 

"원래부터 의사보다 과학자에 더 꿈이 가까웠다"는 장 연구원은 석사 과정에서 주로 폐를 연구했다고 했다. 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까닭엔 다른 장기와 달리 도전 영역이 더욱 컸기 때문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는 것. 

"뇌는 영상진단기로 찍어도 가만있지만 폐는 움직이잖아요. 우리는 늘 숨을 쉬니까 그 역동적인 움직임을 CT상으로는 볼 수가 없어요. 딱 한 순간 영역만을 캡처하다보니 해부적학적으로나 기능학적으로 더욱 풀어낼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는 코어라인소프트에 입사하게 됐다. 코어라인소프트는 2012년 9월 설립돼 3D 영상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폐질환 의료AI 영상 진단보조 솔루션을 연구개발·판매하는 회사다. 

AI 기술이 폐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작은 폐결절들을 찾아내고, 폐기종, 관상동맥의 석회화를 빠르게 탐색해주는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AVIEW LCS Plus)'가 주력제품이다. 

그는 "폐 연구에 진심인 분들이 많아 코어라인소프트에 합류하게 됐다"며 "학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풀어가려 하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니 많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이에 최근에는 좋은 연구 성과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낸 연구 성과는 '강제폐활량 개발 및 검증(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estimated FVC)' 연구다. 논문은 말 그대로 간질성 폐질환(ILD) 환자의 강제폐활량을 CT 영상으로부터 추정해 정량화하는 방법을 검증한 내용이다. 
장령우 연구원이 지난 2일 열린 KCR 2024에서 참관객들에게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지난 2일부터 열리고 있는 대한영상의학회 연례학술대회(KCR 2024)에 초록에도 수록됐다. 

장 연구원은 "간질성 폐질환은 폐가 점차 딱딱해져 굳어지는 질환임에도 CT검사를 하고 약물치료까지 대개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며 "그 1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쓸 수 있게 하자는 게 우리 연구의 컨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영상 판독은 주관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환자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폐 스코어링을 만들었다. 일종의 이미징 바이오마커를 개발해 미리 약을 쓸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폐 진단을 정령화하면서도 제약사가 이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조금 더 최적의 치료법을 찾도록 출발점이 되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연구원은 향후 의료AI는 예측의학으로 나아갈 거라 했다.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던 영상판독 분석값을 AI가 더욱 정량화해 보여줄 수 있어서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수천 배 가속화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의학 전문의를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 내다봤다. 의사의 워크플로우를 개선할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사에게 보조적 지표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칠 거란 분석이다.    

다만 국가보험재정 시스템 상 한정된 의료 자원 안에서 효율적으로 진단 환경이 구축돼야 하는 만큼, 의료 정책과 연구 방향은 의료AI에 대한 비용 효과성과 관련해서도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그처럼 과학자를 꿈꾸는 의대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의술은 의료현장이 아닌 공학에도 있다"고 강조하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진부할 순 있지만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연구잖나.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꼭 진료 현장에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며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닌 연구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살리자 다짐했다. 그런 홍익인간 정신이 장시간 호흡에 걸쳐 연구하게 되는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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