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협의회 "정부, 의평원 무력화 시도 철회해야"

7일 성명서 발표…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에 반발
"의대 증원 후 교육 부실화 덮고 넘어가려는 위험한 발상"
의평원 자율성·독립성 존중과 평가인증 과정·결과 수용 촉구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10-07 16:24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정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 개정안은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의학교육기관 평가인증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한 법안으로 의평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무리한 의과대학 정원 대규모 증원 이후 발생이 우려되는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덮고 넘어가겠다는 정부의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는 의학교육의 전문가 단체로서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막는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의 무력화 의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의과대학이 의평원의 평가인증에서 불인증을 받아야 할 상태라 할지라도 불인증을 1년 이상 유예하도록 강제하고, 의평원은 이미 교육부의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인증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하려면 사전 보고하고 심의받도록 하며, 인정기관이 없는 경우 대학이 기존에 받은 인증기간을 무한히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의회는 "대학의 교육여건이 기준에 미달한 상황에도 의평원의 불인증 판정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평가기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동시에, 의사 면허자격을 인정기관의 인증받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로 제한함으로써 의료의 질적 보장과 사회 및 환자 보호를 도모하고자 한 의료법 제5조의 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족한 교육여건임에도 학생을 방치하고, 이같은 환경에서 배출된 졸업생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규정 개정안에 대해 "의평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문제상황은 의평원을 없애고 불인증 받을 대학의 인증을 연장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각계의 협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일뿐더러,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의 국제 평가인증기구의 지위를 갖고 있는 의평원의 기능을 무력화해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통해 부실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신입생 모집 정지와 재학생 특별 편입학 등의 조치를 시행했던 지난날 서남의대 사태를 기억하고, 이를 거울삼아 의평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평가인증 과정과 결과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성명서

  한국의학교육협의회(회장 이진우)는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일부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이 개정안은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의학교육기관 평가인증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한 법안으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이는 무리한 의과대학 정원 대규모 증원 이후 발생이 우려되는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덮고 넘어가겠다는 정부의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의학교육의 전문가 단체로서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막는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의 무력화 의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의평원은 1999년 신설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평가인증을 실시한 이래 현재까지 25년간 바람직한 의사 양성을 위해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를 대학과 함께 고민하고 이를 평가인증 기준으로 구현함으로써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 수준 향상에 기여해 왔다.

  각 대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평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인력, 시설, 재정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여 왔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수준 달성에 일익을 담당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해당 개정안은 의과대학이 의평원의 평가인증에서 불인증을 받아야 할 상태라 할지라도 불인증을 1년 이상 유예하도록 강제하고, 의평원은 이미 교육부의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인증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하려면 사전 보고하고 심의받도록 하며, 인정기관이 없는 경우 대학이 기존에 받은 인증기간을 무한히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함으로써 의평원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대학의 교육여건이 기준에 미달한 상황에도 의평원의 불인증 판정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평가기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동시에, 의사 면허자격을 인정기관의 인증받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로 제한함으로써 의료의 질적 보장과 사회 및 환자 보호를 도모하고자 한 의료법 제5조의 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부족한 교육여건임에도 학생을 방치하고, 이같은 환경에서 배출된 졸업생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평가기관이 평가 대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평가를 수행하여야 하며, 특히 의학교육 평가는 이해당사자의 편익보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에 맞춰 기준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정원 증원의 주체가 정부인 상황에서 이에 따른 의학교육 질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절차, 방법을 이해 당사자인 정부가 심의하고 조정한다면,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은 물론 평가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다. 

  인정기관 지정기준을 충족하여 지정·재지정을 완료한 기관이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할 때마다 사전 보고하고 심의받도록 하는 것은 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절차이며, 기존 규정대로 사후에 알리고, 지정·재지정 과정을 통해 점검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신설 의과대학이 난립할 때 의학교육의 질 보장을 위해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제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의료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규정 개정안은 ‘기존 인정기관이 재지정되지 않거나 취소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여 인정기관이 없는 경우’를 운운하며 의평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문제상황은 의평원을 없애고 불인증 받을 대학의 인증을 연장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각계의 협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일뿐더러,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의 국제 평가인증기구의 지위를 갖고 있는 의평원의 기능을 무력화하여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정부는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통해 부실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신입생 모집 정지와 재학생 특별 편입학 등의 조치를 시행했던 지난날 서남의대 사태를 기억하고, 이를 거울삼아 의평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평가인증 과정과 결과를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의학교육 질 향상을 위한 의학교육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의료인력의 질적 보장과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되도록 이번 규정 일부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함을 의교협과 소속 단체 연명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2024. 10. 07.

한국의학교육협의회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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