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의대정원 정책 실패, 혈세 건강보험으로 땜빵"

정기석·강중구, 증원 에둘러 우려…野 전문가 기관장 역할 질타 
박주민 "적자 전망인데 재정투입 무조건 '오케이' 안 돼"

조후현 기자 / 김원정 기자2024-10-17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김원정 기자]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실패를 국민 혈세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의대정원 증원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이로 인한 건보재정 투입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 "끝이 안 보인다"…"끝이 안 보인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망이 나오고 있음에도 재정 투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혈세로 정책 실패를 땜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백 의원은 "언제 의료대란이 끝날지 모르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의료대란이 언제쯤 종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정기석 이사장은 "끝이 안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끝이 안 보인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추석 응급실 운영을 위한 비상진료 지원과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3개월분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한 것까지 하면 지금 1조9436억원의 건보재정이 투입됐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3조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정부에서 밝혔다. 곶감 빼먹듯이 계속 빼먹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8년에 누적준비금도 고갈된다. 어떻게 보면 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2028년에는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23년에서 2032년까지 전체 전망 기간 동안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2024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8년에는 누적준비금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임에도 정책 실패로 인한 의료대란 여파로 수 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정책 실패가 빚은 의료대란 문제를 가리기 위해서 2조원이 넘는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의료개혁을 가장해서 건보재정 10조원 이상을 더 투입하겠다고 한다"며 "의료민영화주의자 노연홍 위원장을 앞세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실행방안은 수가를 대폭 올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으로 가득한 가짜 의료개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의원들이 말한 적자 전망에 대해 부연하며,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에게 의료개혁에 무조건적으로 ‘오케이’ 하지 말고 가입자를 위한 적절한 의견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담겨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전망은 2026년부터 적자가 시작되고 적자 폭도 매년 증가해서 2028년도에는 약 1조5000억 이상 적자가 쌓인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런 전망보다 재정문제가 좀 더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것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나왔던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올해부터 적자가 시작돼 2028년도에는 준비금이 완전히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전망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가 좀 더 빠르고 심각해진다고 했던 이유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상병수당 도입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재산이나 자동차 보험료 수입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쓸 곳은 많고 들어올 곳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대란으로 인해 추가적인 지출과 개혁방안 실행을 위해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에게 국감 첫날 현재 건보재정과 추가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재정소요 부분들을 반영한 재정 시나리오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장관도 동의하면서 러프하게라도 국감 때까지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쪽에서 들은 바가 있나"라고 물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에 대해 "국감 내용을 봤다. 그래서 지금 방향을 맞춰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해보겠지만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고 답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국감 때까지 보건복지부가 좀 더 내용을 가져오길 기대하지만 끝을 모르는 재정 소요가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보험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의료개혁 특위 등에서 내놓은 방안에 대해서 무조건 '오케이' 하지 말고, 전문가로서 가입자들을 위한다는 책임감을 가지시고 적절한 의견을 내야 된다. 계속 지켜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정 이사장은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정 이사장은 비상진료체계 등 의료대란으로 인한 추가재정 소요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거나 필수의료 보강 등 필요한 부분에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관리 대책을 묻자 다행히 예측했던 급여 지출 총액보다 적게 나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는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균형 유지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당장 지출이 줄어든 현상에 대해 의료대란으로 진료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을 비롯한 수술건수가 30% 이상 줄어든 데 따른 현상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건강 악화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라는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백 의원은 "이미 의료 피곤이 국민들한테는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라며 "나중에는 다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실패를 국민 혈세로 땜빵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적게 나간 건 그만큼 진료가 어렵다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며 "국민 건강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기에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 무능에 따른 의료대란을 건보 재정 부담으로 때우고 있다. 정부 무능을 국민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야당은 정부 기관장을 맡고 있는 의료 전문가로서 정 이사장과 강 원장 역할을 질타하기도 했다.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으로 의료공백과 국민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 기관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진언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 전문가로서 제대로 충언을 안 하셨으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이사장과 강 원장은 의대 증원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나타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찬성 여부를 묻자 '증원에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2000명 증원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답을 피했다.

강 원장은 내년 의대 신입생 7500명 수업 가능 여부를 묻자 '실습은 불가능하다, 이론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대생 휴학에 대해서도 '개인의 권리인 것 같다'거나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가능성에도 '6년밖에 받아보지 않아 5년은 불가능할 것 '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2000명 증원이 의료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에도 큰 영향이 예측된다"며 "건강보험을 책임지는 수장 두 분이 대통령에 진언하지 못했다는 것은 기관장이자 참모 역할을 제대로 하고 계신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 김원정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4-10-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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