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어벤져스급 인물들이 기자간담회장을 찾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GVHD) 알리기에 나섰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약 절반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임에도, 치료 옵션은 매우 한정적이란 이유에서다.
조혈모세포이식 전문가들은 관련 치료 현황을 소개하며, 최근 새 치료옵션으로 등장한 '레주록(벨루모수딜메실산염)'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 김희제 교수는 24일 사노피 레주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 나와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행된 게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해결이 안 되는 합병증이 이식편대숙주질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혈액암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지난해 조혈모세포이식에서 누적 1만례를 달성할 정도.
그런 김 교수는 국내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 현황에 긴 시간을 할애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몸에 이식함에 따라 면역체계가 공존해 생기는 면역이상반응이다.
초기 증상은 점막에 생기지만, 이후 피부, 눈, 근육, 폐, 위장, 관절 등 우리 몸 전역에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폐 관련 숙주 반응이다. 관련 환자 절반이 경험하는 데다 숨을 쉬도록 하는 기관 특성상 폐에 숙주반응이 생길 경우, 환자 5년 생존율은 13%에 그친다.
그럼에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스테로이드밖에 없다. 이마저도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간 노출되면 여러 합병증이 생겨 오래 쓸 수 없는 실정이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입장에선 사실상 '제2의 암선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혈액암 환자 비재발사망율에서 이식편대숙주질환은 37.8%를 차지하는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이다"면서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스테로이드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70%나 된다"고 말했다.
또 "2차 치료제로 '룩소리티닙(자카비)'이 등장했지만, 여기에도 반응하지 않아 3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가 50%나 돼 새로운 치료 접근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최근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3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레주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아직 (레주록을) 써보지는 못했지만 필드 얘길 들어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면서 "룩소리티닙도 실제 임상현장에서 썼을 때 예상치 못했던 더 좋은 반응이 나온 환자들이 있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레주록을 더 앞단에서 다른 약과 병용해서 쓴다면, 환자 장기(臟器) 악화를 더욱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연자로 나선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도 김 교수의 말에 힘을 보탰다. 그는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장을 역임한 인물로 현재는 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레주록이 폐나 관절에 있어서도 예상보다 좋은 반응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폐나 관절은 환자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위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레주록 기전 특성상 점막이 있는 부분에 잘 반응하는데 허가 임상 결과 여러 장기들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섬유화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치료제인 스테로이드(CS)나 칼시뉴린 억제제(CNI) 사용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도 고무적이라 평가했다.
정 교수는 "레주록과 CS를 동시 투여한 66명 중 64%(42명)는 사용량을 줄였고, 20%(13명)는 아예 사용을 중단했다"면서 "CNI 투여 24명 중 42%(10명)는 용량을 줄였고 17%(4명)는 사용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레주록 투약을 중단할만한 부작용은 15~20%에 그쳐,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장기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 봤다.
그는 "2차 치료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에게 다시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병용요법을 적용해야 했는데 감수해야 할 부작용 위험이 높아 고민이 많았다"면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도 혁신적인 3차 이상의 치료옵션을 갖게 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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