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신약 시대, AI가 열쇠 쥔다"

[인터뷰] 김동현 뉴로핏 공동 대표이사 
뉴로핏, 뇌 영상 분석 AI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시장 공략
"모니터링 솔루션이 알츠하이머병 신약 확대 키 될 것"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2-19 05:57

김동현 뉴로핏 공동 대표이사.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인류의 극복 과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치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큰 전기를 마련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신약인 '레켐비(레카네맙)'와 '키순라(도나네맙)'가 연달아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다. 

이 두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허가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키순라는 35% 지연시켰다. 

하지만 부작용 이슈도 함께 떠올랐다. 이들 치료제를 투여 받은 환자 12~20%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뇌부종이나 뇌출혈로 인한 부작용이다. 실제 일부 환자는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며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한 케이스도 발생했다.    

즉,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부작용 모니터링은 관련 치료 시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이 가운데 의료 AI 기업 뉴로핏(Neurophet)은 치매 치료제 투약에 필수적인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뉴로핏 아쿠아 AD(Neurophet AQUA AD)'이 바로 그것이다. 

김동현 뉴로핏 공동 대표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치매 치료제의 부작용인 뇌 부종이나 미세출혈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솔루션이 없으면 투약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며 "의료진의 판단을 돕고 환자 안전성을 높이는 데 뉴로핏 아쿠아 AD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 재활 기술 직접 상용화하고자 창업 

김동현 공동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며 뇌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질환 재활을 돕는 기술을 연구했다. 하지만 기존 연구 중심 환경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실질적으로 환자 치료에 적용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석박사 과정 동안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치료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시뮬레이션 모델로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논문도 많이 발표했고, 학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이러한 기술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걸 보긴 어려웠습니다."

기존 경로인 연구소나 유학으로는 기술의 상용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고민했다. 그 무렵 뉴로핏의 공동창업자인 빈준길 공동 대표이사를 만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마침 빈준길 대표가 기술 사업화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술 창업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석박사 과정을 밟던 후배였죠. 저는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고 싶었고, 빈 대표는 기술을 사업으로 키우고 싶어 했기 때문에 서로의 방향이 맞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2016년 뉴로핏을 창업해 초기부터 특정 질환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많은 의료 AI 기업이 신체 전반의 진단 솔루션을 목표로 개발을 했지만, 뉴로핏은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다. 

김 대표는 "뉴로핏은 뇌 영상 분석과 정량화 기술이라는 좁은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 결과 치매와 뇌 질환 분야에서는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AI로 알츠하이머병 진단·모니터링 실현  

이러한 선택은 투자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뉴로핏은 창업 이후 시리즈C 투자까지 총 500억원의 누적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연구개발 기반을 확보했다.

덕분에 뉴로핏은 알츠하이머병 AI 영상 진단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했다. 그 첫 번째가 뇌 MRI(자기공명영상) 분석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아밀로이드-PET 촬영 전에 MRI 분석만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양성 위험군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 

알츠하이버병 표준 진단방식인 뇌척수액(CSF) 검사나 아밀로이드-PET에 버금가는 진단 도구로 만드는 게 뉴로핏의 목표다. CSF 검사기나 아밀로이드-PET의 경우 보급률이 떨어지는 데다 검사비용도 MRI보다 더욱 고가다. 

즉 MRI 영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여부를 AI가 판독해낼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 진단비용도 줄일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플라그 여부를 판별해주는 혈액 바이오마커와 함께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뉴로핏 아쿠아 AD를 출시했다. 아쿠아 AD는 뇌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투약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으로, 의료진의 처방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주요 부작용으로 뇌 부종(ARIA-E)과 미세출혈(ARIA-H)이 있습니다. 아쿠아 AD는 환자가 주기적으로 촬영한 MRI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부작용의 발생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돕죠."
김 공동대표에 따르면 아쿠아 AD는 부작용의 크기와 위치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이전 촬영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결과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이 분석 과정은 단 5~10분 안에 완료한다. 

아쿠아 AD가 임상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다면 그 수요 또한 높을 거라 진단했다. 

미국 신경학회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부작용 모니터링에만 약 6페이지 분량의 소견서를 작성해야 할 정도로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쿠아 AD는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해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회사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뉴로핏 아쿠아 AD의 상용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공동대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부작용 모니터링 솔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다"며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와 불가분한 관계 될 것”

특히 그는 일본 시장에 주목했다. 일본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가 보험 급여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국가다. 

김 공동대표는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관련 솔루션의 필요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이미 일본 내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아쿠아 시리즈를 상용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쿠아 AD를 통해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성장과 AI 모니터링 솔루션은 불가분 관계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부작용은 의료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MRI 촬영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노동력이 크게 소모되는 작업이다.

김 공동대표는 "치매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모니터링하지 못하면 치료제 사용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아쿠아 AD 같은 모니터링 솔루션은 치료제 투약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동현 대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넘어 뇌 질환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뉴로핏은 단순히 알츠하이머병 솔루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파킨슨병, 뇌졸중 등 다양한 뇌 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라 전했다. 

그는 "우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상용화를 계기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회사로 자리 잡고 싶다"며 "뇌 영상 기술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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