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⑰] 국내 의료현장 본격 침투한 의료AI

[테마로 보는 의료계 결산] "우리 AI가 달라졌어요"
의료현장서도 진단 개선 도구로 의료AI 활용 활발
의료AI 임상 사용 확대에 RWE·정부 지원 등 견인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2-24 11:59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의료 인공지능(AI)가 의료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한 해였다. 딥러닝의 발전과 데이터셋 증가로 의료AI 기술이 더욱 고도화된 덕분이다. 

의료현장에서도 진단 워크플로우 개선을 위한 도구로 의료AI를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연구도 증가했다. 

정부 역시 잠재적 가치가 인정된 몇몇 의료AI 솔루션을 혁신의료기술로 지정하고, 의료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방촬영술부터 뇌졸중 AI 진단까지 

국내 의료현장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건 유방촬영술 AI 영상진단이다. 관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는 지난 7월 기준 국내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약 60%에 해당하는 28곳에서 쓰이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MMG는 유방촬영술 검사의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로, 딥러닝 기반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영상을 자동 분석하도록 설계돼 있다. 96~99%의 정확도로 유방암을 검출해, 의사의 최종 판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스템이다.

심정지 예측 AI 솔루션도 국내 의료시장에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심정지 예측 솔루션은 일반병동 환자 또는 중환자의 호흡, 혈압, 맥박, 체온 등 활력징후(vital sign)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6~24시간 내 심정지 발생을 예측하는 AI 기반 솔루션이다. 뷰노 '뷰노메드 딥카스'와 에이아이트릭스 '바이탈케어'가 대표적이다. 

이 솔루션은 환자의 응급상황을 감지하고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 의료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실제 뷰노메드 딥카스는 요양급여 코드를 받은 지 약 2년 반 만에 국내 의료기관 약 100곳에 도입됐다. 바이탈케어는 이보다 적은 약 50곳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 AI 진단보조 솔루션인 제이엘케이 'JLK-DWI'와 휴런 '휴런 스트로케어 스위트' 등도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실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환자 뇌영상진단 촬영물(CT·MRI)을 AI로 뇌경색 발병 예측 위험도를 제시해준다. 제이엘케이는 의료기관 약 50곳에 휴런은 약 10곳에 도입됐다. 
국내외 학술연구로 신뢰 저하 불식 

의료AI가 국내 의료현장에 자리 잡은 까닭엔 결국 실사용증거(Real-World Evidence, RWE)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의료AI에 대한 임상의들의 평가는 그간 분분했다. '의료진 결정을 대신하진 못하지만, 진단 워크플로우 개선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부터 '낮은 위양성율로 인한 '양치기 소년' 효과로 도리어 AI 신뢰도를 저하시킨다'는 지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AI 업계는 다양한 국내외 학술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지적을 일부 불식시켰다. 

루닛은 루닛 인사이트 MMG의 암 진단 능력이 1차 판독 전문의(First-Reading Breast Radiologist)와 유사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논문은 루닛 AI 솔루션과 1차 영상의학 전문의의 결과를 비교해 AI의 암 진단 능력을 평가해 더 많은 잠재적 암 사례를 식별해냈다. 

또 루닛 인사이트 MMG 활용 시 유방암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검진 워크플로우에서 AI를 유방암 환자 분류(Triage) 도구로 도입했을 때 의료진 업무량은 약 69.5% 줄여줌과 동시에 분류 정확도는 약 30.5% 향상시켰다.

이 두 건의 연구결과는 유럽 영상의학 학술지 '유로피언 라디올로지European Radiology(IF 7.0)'에 게재됐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10월 열린 뇌졸중 세계 석학들과 뇌경색 환자의 향후 예후를 예측하는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세미나는 40개의 초고난도 환자 영상 케이스를 블라인드로 제시한 뒤, AI와 석학들이 환자의 초단기 예후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AI의 예측 성공률은 72%에 달해 석학들의 평균 예측률(50%)을 크게 앞섰다. AI의 진단 속도 역시 평균 12분 4초로, 45분 43초가 소요된 전문가들을 크게 능가했다.  

대결에 참여한 동국대 김동억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증상 악화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제이엘케이의 AI 솔루션을 활용하면 고위험군을 조기 탐지하고 예방 임상시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뇌졸중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실사용기간 최대 4년 연장 
   
이에 정부도 의료AI를 신성장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제도 지원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우수한 의료AI 기술을 시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혁신의료기기를 의료현장에 신속히 '선(先)진입'시키고, 평가유예기술 사용기간을 최대 4년(1회 연장)까지 연장했다. 임상현장 사용 근거 마련 기간을 늘려달라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혁신의료기기 비급여 사용 기간을 현행 2년 더 연장한 셈이다. 

또 의료기술평가 신청 중인 선진입 의료기술은 결과 통보 시까지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기술의 연속적인 임상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평가유예 대상 제품도 비침습 의료기술 전체로 확대해 다양한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내년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 2조1047억원 중 약 10.9%(2302억원)를 데이터·인공지능(AI) 의료 예산으로 편성했다. 

구체적인 편성금액은 ▲복지부 1292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64억원 ▲산업통상자원부 287억원 ▲질병관리청 359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결과가 기술적 성과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화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정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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