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 CEO에게 '기회의 땅' 되는 코리아

한국법인 대표 5명, 글로벌 고위직으로 영전 
중국·APEC 다국가 리드·본사 부사장 등으로 보직 옮겨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3-19 05:57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사노피 배경은 대표, 한국릴리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대표, 한국얀센 황 채리 첸 대표, 한국 베링거인겔하임 마틴 커콜 대표,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사샤 세미엔추크 대표.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선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되는 모습이다. 

갈고 닦은 경영능력을 발판 삼아 본사 고위직군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 제약사 한국 법인 대표를 거쳐 글로벌 승진한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한국릴리, 사노피 한국법인, 한국 베링거인겔하임, 한국얀센(최근 순) 등 총 5곳이다. 사노피 배경은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 출신 대표다.  

우선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사샤 세미엔추크(Sasha Semienchuk) 전 대표는 최근 중국 지사 마케팅 CVP로 승진했다.

그는 2022년 10월부터 노보 노디스크 한국법인 대표로 일하며, 위고비를 국내 빠르게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 임상시험 협력을 체결, 국내 만성질환 분야 신약개발 토대를 마련했다. 서울시와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와 협력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가 기획 중인 도시 건강 개선 프로젝트의 초석을 성공적으로 다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공적을 발판삼아 사샤 전 대표는 중국 대륙 전역의 커머셜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릴리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Christopher J. Stokes) 대표도 작년 7월 영국·아일랜드&북유럽(UK, Ireland&Northern Europe) 총괄 대표로 승진하며 한국을 떠났다. 

그는 2022년 8월부터 한국릴리 신임 대표로 재직하며, 자사 혁신의약품들에 대한 국내 허가를 주도했다. 

2023년 6월 2형 당뇨병 치료 적응증으로 '마운자로'의 국내 허가를 득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비만 치료까지 적응증을 확장시켰다. 

또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 '제이퍼카'와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엡글리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옴보'까지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배경은 사노피 한국법인 대표는 2024년 4월 한국 및 호주/뉴질랜드 제약(Pharma) 총괄 다국가 리드(GM)로 선임됐다. 

한국인 출신으로서 한국법인을 맡으며 최근 3년새 글로벌 승진한 케이스는 배 대표가 유일하다. 

그는 2013년부터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이사 및 사노피 한국법인 대표를 지내고 있다. 재직 기간 동안 사노피 대표 면역질환 치료제인 '듀피젠트'를 여러 적응증에서 급여 등재시켰으며, 최근엔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 허가를 일궈냈다.  
 
배 대표는 또 지난해 2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의 제15대 회장으로도 선임된 바 있다.  
2024년 1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떠난 전 마틴 커콜(Martín Corcoll) 대표도 국내 재임 기간 동안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왔다.  

커콜 전 대표는 매년 실적을 갱신하며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2023년 연매출은 3381억원으로 2021년(2924억원) 대비 15.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작년엔 주춤했지만 2021년 104억원에서 2022년 122억원으로 17.1% 성장시켰다. 

또 커콜 전 사장의 리더십 아래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2020년부터 우수고용협회(Top Employers Institute)로부터 5년 연속 최우수 고용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그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본사 마케팅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얀센 황 채리 첸(Cherry Huang) 전 대표도 한국법인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본사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영전한 케이스다. 

2021년 6월 한국얀센 대표로 임명된 그는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며 자사 주요 혁신신약 등을 국내 런칭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한국얀센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 개발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한국얀센은 국내 6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2700명 의료진, 약 68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황 채리 첸 전 대표는 KRPIA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환자 의료 혁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헌신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그는 2023년 10월 중국얀센 대표로 보직 이동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지사 GM은 신흥시장 법인장 또는 주요 지역 부사장을 거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글로벌 본사 입장에선 한국이 일본, 중국보다 작은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고위직으로 올리냐 마느냐 판단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써 한국이 선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각사가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연구 비중이 높은 데다 다른 국가의 약가 참조국 지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면서 "나름 글로벌 회사들도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을 보내다 보니 승진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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