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가 사전승인제도를 통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환자에 대한 첫 보험급여를 개시했지만, 논란이 들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열고 한독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의 급여 인정 여부를 심사, 총 4건 중 2건에 대해서는 급여 '불승인', 2건에 대해서는 '승인'을 결정했다.
앞서 심평원은 aHUS 환자에 대한 솔리리스 투여 비용이 연간 6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심평원이 사전에 승인해야만 보험 투여할 수 있는 사전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심의 결과는 응급투여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긴급하게 여는 사전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도출됐다.
그런데 그 첫 심사 결과가 의료진 사이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유전자 검사', '항체 검사'는 보험급여 기준에 없는 잣대임에도 심평원이 이를 승인과 불승인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보면, 불승인 환자 A와 B는 신장이식·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사용으로 aHUS가 아닌 다른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TMA)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aHUS치료제를 쓰려면 유전자 검사 혹은 항체 검사를 확진받아야 한다는 것.
반대로 승인 사례를 보면, 환자 C도 A와 B같은 상황이지만 유전자 검사에서 aHUS 소견이 확인됐으니 급여 통과라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이들 환자가 솔리리스 급여기준 중 '투여대상 기준'을 모두 만족했음에도 기준에도 없는 유전자 검사로 급여 통과를 좌절시켰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aHUS는 혈전과 염증이 혈관에 손상을 입히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을 일으켜 신장·심장·뇌 등이 손상되며 급성신부전, 뇌졸중 등을 일으키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환자의 약 79%가 발병 후 3년 안에 사망하거나 투석이 필요하며 영구적인 신장 손상이 발생한다.
현재 aHUS를 다른 '혈전미세혈관병증'과 감별해 확진할 진단법은 없으며, 의료진의 임상 소견으로 진단 및 치료된다.
따라서 타당한 감별 기준이 필요하고, 솔리리스 역시 해외 어느 곳보다 엄격한 국내 급여기준을 최근 마련해 이번에 첫 보험 적용됐다. ▲혈소판수 ▲분열적혈구 ▲헤모글로빈 ▲LDH ▲신장손상 ▲ADAMTS-13 활성이 10% 이상 ▲대변 STEC 결과 음성 등이 투여기준이다. 유전자 검사는 투여기준에 없으며, 치료효과 평가 모니터링 시에 요구된다.
다만, 이식, 약물 등으로 인한 혈전미세혈관병증은 솔리리스 투여 제외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 심의사례에서 각 의료진은 환자들이 제외대상 사례에 해당됨에도 투여 기준에 부합한 솔리리스 치료 필요 환자로 봤다.
국내 대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급여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데 불승인돼 당황스럽다"며 "급여 고시를 만들어놨음에도 이와 상관없이, 막상 유전자 검사 없으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라고 해서 무조건 안 해주는 방향으로 가면 그 피해는 환자가 본다"며 "급여가 지연되는 동안 신장 기능 손상 역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유전자 검사의 신뢰도 자체가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aHUS 발병 유전자의 30~50%가 밝혀져 있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오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전자 검사를 잣대 삼는 해외사례 역시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전자 검사를 위한 의료진 패널을 모으기가 힘들고 검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전국 3~4개 병원에 불과하다. 검사에만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검사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또 다른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진단이 아닌 예후를 보기 위한 수단이다. 유전자마다 예후가 달라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다"며 "항체 검사 역시 국내에 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는 현실에서 이를 강력한 지표로 삼는 건 이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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