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공의亂 첫날, 의료'대란' 막았다…의정 신경전 향방은

서울대병원, 평소대로 수납·외래 이뤄져…별도 안내문도 없어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이탈 영향…일부 병원·센터 '지연' 안내
각 병원별 일부 조치 외 진료마비 사태까진 벌어지지 않아
장기화 시엔 대란 불가피…비상대책 나선 정부 대응 변수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2-21 06:07

(왼쪽부터) 20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 전경, 세브란스병원 본관 내 전경. 사진=이정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된 첫 날, 의료대란은 일각에서 우려됐던 만큼 거세지 않았다. 다만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될 경우 대란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란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 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오전 일찍이 찾은 서울대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병원과 병원 본관 등에서는 전공의 사직·결근과 관련해 별다른 통제나 안내 없이 수납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병원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료대란에 대한 위기감이나 특이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병원 외부에서도 병원을 찾는 방문행렬이 계속 이어졌고, 병원과 환자 간에 '의료대란'이라 불릴 만한 큰 이슈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평소에는 본관 1층 카페를 비롯해 건물 이곳저곳을 활발히 누볐을 전공의들이 이날에는 로비를 비롯해 병원 곳곳에서도 찾기가 어려웠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수가 740여명으로, '빅5'로 불리는 서울 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많은 전공의가 근무 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 제출에 나선 상태다.
사진=이정수 기자
이날 오후 찾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도 비교적 많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붐볐고, 의료대란이라 할만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본관 내 원무과와 각 센터·병원 진료실 앞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질서 정연하게 수납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전공의 근무지 이탈이 가장 심한 병원으로 꼽힌다.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사직서 제출만 이뤄진 것과 달리,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근무중단과 출근거부까지 병행되고 있다.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센터에 한해 '진료 및 시술 지연' 안내문을 내건 상태다. 해당 안내문에는 '진료 지연 및 혼선이 예상됩니다. 시술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병원 측은 수술실 운영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응급실에 '현재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중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진료 불가하다'는 배너가 세워졌고, 삼성서울병원도 예정됐던 일부 수술 일정을 연기했다.

이처럼 전공의 집단 출근 거부와 근무지 이탈이 이뤄진 첫날은 진료마비 등 눈에 띠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후다.

각 수련병원에서는 당직 근무, 수술, 응급 진료 등 전공의가 투입돼온 업무를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나 전문의가 대신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같은 대처가 가능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또 수술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일부 수술이 미뤄지는 상황이 누적되면, 중환자 진료체계 불안정은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 내부에서 '길어도 한 달'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대응은 이같은 상황에 변수다.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은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해 상급종합병원 과부화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방안에는 경증환자 이송·분산,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공보의·군의관·공공보건의료기관·국군병원 활용 등 실질적인 계획도 포함돼있다.

중수본은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라는 사태를 맞이하면서도 2000명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선 물러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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