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위고비'發 비만치료제 열풍…국내사도 개발 열기 활발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 통해 다양한 비만치료제 개발 박차
대원제약, 위고비 제형변경 노력…개발은 차분히 계획대로
동아에스티, 후발주자여도 괜찮아…제품 경쟁력 자신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1-11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해외에서 핫한 비만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직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 개발 단계에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위고비의 국내 시장 진출에 긴장감을 보이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상용화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기업은 한미약품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게임체인저'로서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한미약품의 첫번째 비만치료제로 출격 예정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초 2027년 상반기 출시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국내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예상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출시일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2027년 상반기 출시는 다소 보수적인 예상치였다"면서 "임상 3상 시험이 생각보다 더 잘 진행되고 있어 2026년 하반기에는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인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공급 이슈 부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센터장은 "비만치료제는 꾸준히 맞아야 한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면 꾸준히 맞기 부담스럽고, 물량 부족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이슈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약품은 국내 제조시설을 마련한 만큼, 가격과 공급 문제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에 따라 에페글레나타이드에 그치지 않고 순차적으로 다양한 맞춤형 비만치료제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신개념 비만치료제는 'HM17321'다. 그동안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왔던 HM17321은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비만학회에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HM17321은 R&D 센터에 내재화된 최첨단 AI 및 구조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펩타이드 기반 물질로,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기존 GLP-1 기반 약물의 한계 극복은 물론, '계열 내 최초 신약(Fist-in-Class)'으로 개발될 가능성과 단독 및 병용요법 모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 센터장은 "HM17321의 단기 목표는 2025년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 미국당뇨학회에서 처음 공개한 'HM15275'는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도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HM15275는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에 버금가는 효능을 토대로 비만치료 영역에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 중 하나로, 비만치료제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비만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현재는 신약 후보물질을 최적화 하는 단계에 왔다. 

다만, 최 센터장은 "경구용 치료제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경구용은 흡수율이 낮기 때문"이라면서 "더 높은 농도로 압축을 해야하는데 이럴 경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경구용 개발이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원제약과 동아에스티 등도 각자의 방식으로 비만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함께 공동개발 중인 비만패치 'DW1022'이 건강한 성인 지원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보, 임상1상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원제약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임상을 마무리 하는 것은 기존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비만패치는 신약개발이 아니라 기존 GLP-1 기반 제제인 위고비의 제형 변경"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비만패치가 몇 년 안에 통과가 된다면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위고비가 국내 비만치료 시장에 진입함으로 인해 초조한 마음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초 계획대로 차분히 진행해서 안전하게 제품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인 'DA-1726'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oxyntomodulin, OXM)' 유사체(analog) 계열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로,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만치료제 관련 현황에 대해 "DA-1726 임상 1상 중 파트1은 종료됐고, 파트2의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이 계획대로 된다면 DA-1726를 2030년까지 허가 신청을 받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위고비의 국내 시장 진입이 신경이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비임상 및 임상에서 나온 데이터들이 기존 GLP-1 기반 약물 대비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시장에 늦게 진입하게 되더라도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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