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혈액내과 전문가가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하 aHUS) 치료에 적용 중인 사전심의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악화 속도가 빠른 aHUS 특성상 현재 사전 심의 기준만으론, 치료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10일 울토미리스 aHUS 건보 급여 적용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aHUS 사전 심의 기준은 의학적 판단으로 해서 만든 건 아니"라며 "심의 기준에선 LDH(용혈이 있을 때 혈액 수치) 값이 1.5배 이상 돼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보험 재정을 생각해 나온 수치라 했다. 현재 국내 aHUS 치료제는 단 2품목(솔리리스, 울토미리스)이다. 두 치료제 모두 면역 체계에서 C5 보체 단백질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 1년 약값은 연간 최대 3억7000만원으로 고가약이라는 점이다.
이에 중증 환자라도 일단 급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가 합의한 내용이 현재 aHUS 사전 심의 기준이라는 것.
그 기준에 따르면 aHUS 환자에게 보험으로 약을 쓰기 위해선 ▲전성 미세혈관병증(TMA) 해당 유무 ▲신장 손상 여부 ▲혈액 샘플에서 ADAMTS-13 활성이 10% 이상 ▲대변 STEC(Shiga toxin-producing E.Coli) 결과 음성 등 4가지 대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렇듯 현재 심의 기준은 무척 까다롭다고 했다. 특히 환자 개인에 따라선 LDH 값이 심의 기준을 넘었음에도, 갑자기 심의 심사일에 LDH 값이 떨어져 통과를 못하는 일도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의사의 의견을 더욱 존중해 줄 필요가 있는데, 기준에만 맞추다 보니 너무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로선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aHUS 사전심의 통과율을 제시했다. aHUS는 2018년 7월 1일 시행돼 총 321건의 사전심의가 이뤄졌지만, 평균 승인율은 18%(56건)에 그쳤다.
그는 "승인이 안 된 환자들은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넘어가 신장 투석을 받게 된다"라며 "만약 용혈 정도가 조금 좋아져서 투석까진 안 간 환자일지라도 역시 말기 심부전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위험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aHUS 사전 심의 기준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험 개선을 위해 (심평원과) 여러 항목들을 좀 조정하자는 점에 대해선 서로 의견 교환이 됐는데, 반영이 완벽하게 되진 않았다"라며 "일단은 보험 급여가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로선 중요했기 때문에 합의를 봤지만, 솔리리스를 쓴 지 한참 지났다. 이젠 기준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희귀질환사업부 김철웅 전무도 김 교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 전무는 "국내 데이터에 따르면 aHUS 급여 사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환자 39명 중 약 82%는 5년 이내 말기 심부전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투석으로 이어졌다"면서 "회사가 환자의 aHUS 발병 초기 2주간 솔리리스 무상 공급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부연했다.
한편 aHUS는 면역 시스템의 보체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과활성화되며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을 유발하는 급셩 희귀질환이다.
용혈로 인한 혈전이 전신의 혈관을 침범하는 TMA는 주요 장기를 손상시켜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미세혈관이 모여 있는 신장이 1차적으로 영향을 받아 며칠 내로 급성신부전이 나타난다. 만약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말기신부전으로 인한 신장 이식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aHUS 환자는 약 1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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