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있어도 못 써"…혁신신약 접근성 제도적 확보 요구 빗발

"단일 약가체계, 다중 적응증 신약에 비효율…시범사업으로 제도 유연성 검증 필요"
"치료 기회 제한은 생존 문제…환자 중심 급여체계 전환해야"
政, "제도 검토 필요성 공감…재정·형평성 고려한 단계적 접근 검토 중"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4-24 12:15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신약 불평등성 해소 및 규제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환자들의 혁신 신약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국회 토론회에서 조명됐다. 특히 국내 급여 등재 제도의 경직성과 단일 약가 구조로 인해 혁신 신약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신약 불평등성 해소 및 규제개선 토론회'에서는 혁신신약의 국내 접근성에 대한 제도적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 활발히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서미화, 소병훈, 김윤, 장종태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주관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이영신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혁신 신약은 기존 치료법이 없던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국내에서는 적응증보다 급여 적용 범위가 좁아 환자 접근성이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서미화 국회의원, 김윤 국회의원. 사진=최인환 기자
개회사를 맡은 서미화 의원은 "최근 의료기술의 발전은 중증질환 및 희귀난치질환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나, 혁신의 속도를 우리나라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의 신약 접근성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급여등재 제도의 절차적 복잡성, 경제성 평가 중심의 평가모델, 일률적 단일 약가 구조 등 제도 전반의 경직성에 기인한다. 환자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에 대해 국가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 의원은 환영사에서 "임상적으로 가치가 확인된 치료제임에도 질환에 따라 치료 기회가 제한되는 현실"이라며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제도가 감당 가능한 새로운 지불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홍정용 교수, 안정훈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가 각각 '국내 혁신신약의 불평등 현황 및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규제 개선 과제'와 '다중적응증 약제의 급여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개발되고 있는 혁신 신약들은 기전의 특성상 다중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적응증별로 그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며 "효능이 입증돼 허가되더라도 급여 적용의 제한은 환자의 혁신 신약 접근성 차별과 생존율이 개선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나라에 비해 한국은 다중적응증을 갖는 약제의 경우 급여 적용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적응증별 차별 없는 혁신신약의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정훈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성분별 약제가격을 채택하고 있어 개별 적응증에 대한 가치 반영이 어렵다. 이에 추가 적응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적응증 기반 약가제도(IBP)를 통해 적응증별 가치 적용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적응증 확대 시 약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환급률 차등 적용이나 블렌디드 프라이싱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유연한 급여 정책이 가능하다"고 제안하며 "위험분담제를 활용하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며 접근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신약 불평등성 해소 및 규제개선 토론회' 패널토론. 사진=최인환 기자
주제발표 뒤 이어진 패널토론은 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패널들은 혁신 신약의 실질적 가치 반영, 급여등재 절차의 간소화, 환자 중심 제도 설계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방혜련 전무는 "현행 약가 제도는 단일 적응증 중심으로 설계돼 다중 적응증 혁신 신약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보장성 강화와 혁신 신약 가치 인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적응증별 약가 제도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도입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병원 문지용 교수는 "만성질환인 COPD 분야에서도 비용효과성 중심의 약가제도가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폐암이나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 영역에서 동일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다중 적응증 신약의 급여 확대가 생존과 직결된다"며 "정부는 사후 환급률 관리 등으로 재정 부담을 조절하면서도 환자 중심적인 급여제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범사업 도입을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공단 김형민 약재관리실 부장은 "다중 적응증 약제의 급여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형평성 문제와 재정 부담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며 "블렌디드 프라이싱 방식은 현행 단일 가격 체계와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도입 가능성이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후 관리체계와 재정 영향 분석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이종규 건강보험정책국 국장은 "복지부 역시 제도 검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체계 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심평원, 공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실무 검토를 시작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시행 여부나 시기를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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