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병원약사 어떤 모습일까? '처방'에 적극 관여

근무시간 적고, 전문성 확대 중.."한국에서도 임상약사 교육과정 개발해야"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02-25 12:11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조제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우리나라 병원약사와 달리, 영국의 병원약사들은 임상 전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근 사우샘프턴종합병원(University Hospital Southampton NHS Foundation Trust) 김윤정 약사 연구팀은 '영국의 NHS 병원약사 수련 현황'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고, 이는 한국임상약학회지 제25권에 소개됐다.
 
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비교적 업무 적응이 쉽다는 이유 등으로 '지역약국'에서의 근무를 희망하는 약대 졸업생이 많았으나, 최근 학업에 대한 열의 및 직업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임상 분야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하는 신입 약사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NHS 병원에서 약사가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physical therapist),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 등과 함께 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직·간접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임상(clinical) 분야에 속해 있다.
 
실제 잉글랜드 북동부지역의 세 병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병원 내 독자적 처방 권한이 있는 약사(independent prescriber)에 의한 처방 (1415건) 중 오직 네 건(약0.3%)에서만 오류가 발견돼 그 안전성이 입증됐다.
 
또한 입원환자의 초기 약물 검토(medicines reconciliation)를 통해 오류를 줄이거나, 의료팀 회진 중 처방에 관해 적절한 조언을 하고, 퇴원처방을 중재하는 등 의사의 안전한 처방(safe prescribing)에 임상약사가 기여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임상영역 이외에도 영국 병원약사들은 병원 내 의약품 조제/검수, 구매, 및 공급 관리 등 기술적인(technical) 업무를 담당하거나 약학 대학생 및 사전등록 연수생(preregistration trainees), 임상 약사(clinical pharmacists)의 교육을 전담하는 약사도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병원약사들이 업무 과잉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영국의 병원약사는 밤근무 (night shift)를 제외하고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출근해 7.5 시간을 근무하고, 레지던트 약사는 원내 상주하면서 법정 근무 시간인 주당 37.5시간을 충족하는 한도 내에서 약국 운영시간 외 근무를 포함한 유동적인 근무 일정이 짜여 있다.
 
연구팀은 "영국의 경우 독립 처방 코스(independent prescribing course)를 수료한 약사는 비의학적인 처방(nonmedical prescriber)으로서 의사를 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환자를 돌보고 처방하고 있다"면서 "약 분배 로봇(Dispensing Robot)의 발명과 상용화, 약국 기술자(pharmacy technician)직군의 출현 등은 약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오히려 이들의 뒷받침으로 임상분야에서 약사의 존재 비중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약사회는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보다 수준 높은 약학 교육의 발전 방안을 위해 대학 필수과목으로 독립처방코스를 개설, 졸업과 동시에 모든 신입약사에게 처방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콜체스터대학병원(Colchester University Hospital NHS Trust)에서는 간호사 지원 약사 포스트(Nurse support pharmacist post)를 열어 시범운영을 하는 등 영국의 병원약사는 임상 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영역을 확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려는 노력 또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동쪽(East) 지역의 간호인력 수급난에 따라 병동 전담약사가 임상 간호사(nurse practitioner)에게 주사 사용법, 환자케어 방법을 숙지한 후 기타 의약품 관련 업무 및 병동 라운딩 등을 맡고 있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병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응급실 전담 약사(A&E pharmacist)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영국의 임상약사는 독립적으로 처방에 관여하고, 투약에 참여하는 등 간호사의 영역으로까지 직무 확대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자케어가 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병원약사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한국 임상약학 교육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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