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정신질환자에 의한 충격적인 강력 범죄 사건이 해마다 빠지지 않고 발생하면서, 재발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2018년 12월 마지막 날 발생한 故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정신과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후에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에는 의료법 개정으로 진료실 앞에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습격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신경외과에 입원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고 이후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안전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우선조치방안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는데 대해 사건의 위중함을 지적하며, 현실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개최한 '코로나19 시대의 조현병 환자 적정 치료를 위한 제언' 원탁토론회에서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교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사건이 법과 제도를 갖춘 해외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지난 2018년 7월 8일 발생한 영양 경찰관 사망 사건을 되짚으며, 당시 살인 경력이 있는 중증환자 A씨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사건 발생 한 달 전 퇴원해, 이후 투약 중단으로 조현병이 재발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자·타해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원한다면 퇴원이 가능한 상황이며, 당시만 해도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 외래치료명령제나 퇴원 후 사례관리체계가 미비해 퇴원한 A씨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결국 정신질환이 재발한 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A씨에게 정신건강응급개입팀 없이 경찰 홀로 3번을 출동했다가 무장한 경찰마저도 A씨를 제압하지 못해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만일 첫 번째 출동 때라도 경찰에 의해 A씨가 응급실로 이송됐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지만,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으면 강제 입원(비자의 입원)이 불가능했기에 이 마저도 어려웠다.
물론 '응급입원'에 대한 규정은 있었으나 잘 이용되지 않다 보니 경찰이 입원절차를 잘 알지 못하고, 이송병원에 대한 정보도 없어 해당 환자를 응급 이송하려해도 병상을 찾기 어려워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해 경찰 입장에서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백종우 교수는 "만약 미국 LA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먼저 미국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가족의 의견을 필수가 아니다. 자·타해 위험 등이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가족의 의견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입원 및 치료 지속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치료가 끝나 퇴원한 후에도 LA에는 '외래치료지원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법원의 명령에 따라 해당 환자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치료프로그램 하에 보호·관리받게 되고, 매일 전문가가 가정방문해 재발에 관여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에 지정응급실이 있어 항상 경찰을 위해 비어 놓은 병상이 존재해, 갑작스러운 정신질환자의 난동에 대해 정신건강응급개입팀이 경찰관과 함께 출동해 지정병원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다.
이 응급입원은 정신건강전문가가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에 근거해 퇴원 또는 72시간 입원을 결정할 수 있고, 향후에는 판사가 지속 입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해외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지역사회마저도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등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막기 위한 제어 장치가 여럿 존재한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
백종우 교수는 "똑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느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심각한 범죄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국내에서 계속해서 재발하는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게 된 계기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 사건임을 지적하며, 국내에도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미국 뉴욕은 지하철에서 방치된 상태의 조현병 환자가 뉴욕 시민인 캔드라(Kendra)를 밀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외래치료지원제도'가 최초로 제기됐고, 피의자였던 환자 골드스테인도 치료 후에는 법안에 찬성해 현재까지 치료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미국은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갔다. 현재 미국 뉴욕에는 정신건강법정(Mental Health Court)가 있어, 전문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비자의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하고 있다.
이후 병원내 정신건강전문가가 서비스를 연결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해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정신건강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심판원' 등 인권과 치료가 보장된 입·퇴원 제도를 마련해 정신 응급에 대한 공공의 책임성을 높이고, 비자의입원 결정을 가족과 의료진의 책임에서 사회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해외와 마찬가지로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주거 서비스, 정신사회적 재활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치료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그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획기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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