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한 협진, 성과보고 왜곡됐다"…의협, 시범사업 연장 제동

연구 참여한 연구진조차 "동의서에 보고하지 않아"…왜곡된 근거로 정책 결정 "정부, 책임"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12-15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6여년 간 3단계에 걸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효과성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3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의 내용을 '왜곡'하여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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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시범사업 연장의 결정적인 근거가 된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2020.1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대학교)' 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11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통해 올해 12월 종료 예정인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을 내년 4월부터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김상일 의협 정책이사는 "1단계에서 5억 원, 2단계에서는 21억 원, 3단계는 53억 원의 재정이 책정됐지만, 협진 효과에 대한 근거는 시범사업이 세 차례나 진행되는 동안 여전히 밝히지 못했고, 이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나 노력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한 협진 3단계 평가연구 보고서에서조차 1, 2, 3단계 시범사업 과정에서 협진의 효과에 대한 신뢰성 높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의협은 특히 시범사업이 거듭될수록 한방에서 의과의 의존도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이 효과성 부족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 한방에서 의과로의 협진 의뢰 비율은 59.6%, 2단계 시범사업 89.89%였는데, 3단계 시범사업에서는 98.33%로 대폭 커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의과에서 한방으로의 의뢰 비율을 보면 1단계 시범사업 40.40%, 2단계 시범사업 10.11%, 3단계 시범사업은 고작 1.67%로 단계가 지날수록 의뢰 비율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상일 이사는 "시범 사업을 거치면 거칠수록 의과에서 한방 혁신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거나, 한방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시범사업 참여 총 79개 의료기관 중 한방병원이 51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해 "이는 한방병원에 온 환자를 한의사가 먼저 진료한 후에 같은 한방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진료를 유도하여 후행 급여비를 받게 해, 국민의 세금으로 양쪽에 중복으로 비용을 지급해주는 한방병원의 수익을 극대화하여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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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의협이 해당 보고서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특정질환의 치료기간을 협진과 비협진으로 비교 분석해, 협진할 경우 비협진에 비해 치료기간이 단축된다는 결과를 도출한 부분이다.


의협은 타 의료기관 방문, 단순 내원 중단, 기타 외 사유 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은 질병의 치료 시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완료 시점을 해당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로 단정하고 설정하여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 다니는 뇌경색증 환자 30명이 협진을 받으면 단 하루 만에 치료가 완료된다는 비상식적 데이터를 통계에 활용하고, 병원의 경우 비협진일 때 63일을 치료받아야 하지만 협진을 할 경우 역시 1일 만에 치료가 완료된다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일 이사는 "정말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혁신 효과 데이터를 통계에 사용하여 이를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그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협진 시 치료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해당 연구 보고서는 총 19개의 질환 중 단 2개 질환만이 치료기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음에도, 19개중 18개의 질환에서 치료기간이 짧은 '성과'를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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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의협은 해당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 A씨가 "연구 참여를 결정한 선택을 후회한다"며 "연구 보고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며 공동 연구진에서 이름을 제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알렸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연구자조차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연구자조차 연구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보고서가 정책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의협은 협진의 효과에 대해 그 어느 것도 제시하거나 증명한 바 없음에도, '본 연구를 통해 협진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자평한 부분,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협진 의뢰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협진이 불필요해 의뢰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게 하고, 퇴출까지 시키겠다며 협박한 부분 등을 문제 삼았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비전문가가 봐도 연구결과에 이상한 점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회가 정부에게 위임한 재량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정책 결정은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살펴봐서 합당한 결정을 해야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교웅 한방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의·한 협진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의·한 협진사업의 실체는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에 국민들의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퍼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러한 근거도 없는 협진 시범사업을 다시 한번 연장하여 4단계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왜곡되고 수준 낮은 보고서와 허위의 데이터를 생성해 건정심 위원들을 기망하고, 국민 세금으로 한방병원을 위한 잔치를 또 다시 준비하고 있다"며 즉각 협진 시범사업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또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된 자료를 생성하고, 이를 근거로 잘못된 국가 정책을 추진해서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게 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련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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