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안주하기보단 미래 향한 도전 필요…'네옴시티' 봐야"

김영훈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 신년사 대신 이색 신년특강 나서
'나는 미래의 병원으로 간다' 주제…고려대의료원 전략방향 제시
해외 흐름 발맞춘 과감한 변화 시도 강조…"계속 꿈을 꿔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1-09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더 치열해지고 새로워지는 병원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도전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려는 변화가 확인된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계묘년 신년을 맞아 '나는 미래의 병원으로 간다'를 주제로 한 신년특강을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새로움'을 강조하듯, 김 총장은 그간 해왔던 신년사에서 벗어나 신년특강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했다.

이번 신년특강은 고려대의료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제시됐다. 김 총장은 '가상병원'과 '디지털병원' 등이 적극 시도되는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 국내 병원도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네옴 시티'를 언급하며, 2분짜리 관련 영상을 특강에 직접 넣기도 했다.

김 총장은 "세계를 봐야 한다. 이미 변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65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네옴시티를 구상하고 있다"며 "매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미래 병원, 스마트 병원이 등장하면서 병원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미 클리브랜드(아부다비), 메이요, 하버드 등 전 세계 많은 병원들이 가상병원, 올 디지털 병원 등을 표방하면서 미래병원을 준비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도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현재에 만족하고 조금씩 좋아지는 것에 안주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대의료원이 전 세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병원이 되길 꿈꾼다"며 "고려대의료원에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철학이 있는지를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연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8년 미래의학 선포…선택된 '변화'

고려대의료원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교직원 수는 1만여명에 가까워졌고, 연간 운영예산은 2025년에 약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D 성장률은 매년 13% 이상으로, 이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기술이전 금액은 200억원을 넘겼고, 3년 반에 걸쳐 450억원 기금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김 총장은 안도를 경계했다. 2018년 12월 10대 미래의학 기술이 담긴 '미래의학 비전'을 선포하고, 지난해 11월 미래병원 설립을 공표한 것은 그 결과물이다.

김 총장은 "고려대의료원이 선두주자 역할을 과연 할 수 있겠는가, 약간은 좋아지고 이전보다 훨씬 향상될 수는 있어도 과연 리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며 "기존의 투자방식으로는 선도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새로움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미래병원으로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미래병원에 부합하는 시설·장비를 갖추기 위한 예산은 있는지, 과천·남양주에 그만한 인프라가 있는지, 인력은 어떻게 더 확보할 것인지, 기존 병원이 갖는 불만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비용투자에 상응한 수익 보전은 가능할지 등은 고려대의료원이 풀어나가야 할 고민거리다.

김 총장은 "과연 이 시기에 미래병원을 하는 것이 맞나. 고려대의료원이 그렇게 잘 나가나. 한 교수님께선 '이제 셋째가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데, 또 넷째를 만드냐. 우리를 걱정시키는 부모님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셨다"며 "큰 투자도 필요하고, 여러 걱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총장은 "과연 될까. '몽상가 아닌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 꿈을 꿔야 한다. 지금도 꿈을 통해서 현실화되는 것들이 있다. 반드시 이런 미래가 우리에게 온다고 믿는다"며 "'미래는 축적되고 농축된 치열한 현실을 통해 가능하고 우리는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함께 미래의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병원, 스마트병원에 거는 기대감

김 총장은 이날 신년특강에서 미래병원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했다.

김 총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진료 질을 높이고 환자 경험을 향상시키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스마트병원 핵심"이라면서 "미래병원은 고려대의료원에 피할 수 없는 역사와 비전이 됐다"고 말했다.

혁신 기술은 2018년 미래병원 선포에서 드러난다. 당시 고려대의료원은 ▲암 정밀 진단/치료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 ▲AI 기반 신약개발 ▲체액생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가위 ▲페이션트 온 어 칩 ▲3D 장기 프린팅 ▲착용형 소프트 로봇 ▲메모리 에디팅 등을 10대 미래의학 기술로 발표했다.

김 총장은 "당시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이게 될까? 진짜 10대 맞나?' 이런 생각이 들만큼 생소했지만, 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임상과 연구 분야에 많이 들어와 있다"며 "이전에 비해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유전자 데이터와 빅데이터 등을 통해 AI를 만들고, AI는 3D프린팅 등을 통해 환자와 동일한 아바타를 만들게 되면 최적의 수술을 테스트하고 적용하는 그런 미래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40년 가까이 심장내과 의사로서 여러 실패를 겪어왔다. 이제 AI를 통해 최적의 수술을 하게 되면 환자가 겪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고 빠른 퇴원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총장이 제시하는 스마트병원에는 6가지 조건이 있다. ▲감염과 펜데믹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가 ▲병원에 어떠한 강점을 가졌는가 ▲환자의 경험을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는가 ▲최상의 의료기술을 장착하고 있는가 ▲공간과 건축물에 어떠한 철학이 담겨있는가 ▲질병에 따른 워크플로우가 얼마나 최적화 돼있는가 등이다.

김 총장은 "환기, 공조, 동선, 드론·로봇, 자율주행 등을 통해서 향후 강한 바이러스가 또 오더라도 이를 감염예방할 수 있는 병원을 구축할 수 있는가. 의료진을 보호하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며 "또 식물원과 같은 ICU 환경을 구축해 중증 환자가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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