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즌 왔다"‥상장제약기업 57명 전문경영인 중 20명 임기 만료

보수적 특성 강해 변화보단 안정…유한양행 조욱제 대표 등 절반 이상 재선임 전망
일부 기업, 새로운 인사 물색 움직임 포착…2~3세 오너들 전면 부상 가능성도

최봉선 기자 (cbs@medipana.com)2023-12-20 06:09

연말연시 제약업계에 본격적인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초 20개 가까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 Chief Executive Officer)가 교체되는 등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지속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에 따라 오너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며, 일부 기업은 전문경영인을 통한 책임경영에 나서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의 이런 분위기 속에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을 위한 경영효율성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사개편을 구상하거나 일부 기업은 수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2~3세 오너들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어 예년과 다르게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4일 삼진제약은 조의환-최승주 회장의 자녀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조규석 사장과 최지현 사장은 2019년말 전무이사에서 2년만(2021년말)에 부사장, 올 3월 사내이사 선임에 이어 이번에도 2년만에 사장에 올랐다. 업계는 내년 3월 주총 직후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젊은 오너 경영인을 내세워 장기 성장을 도모하고, 오너 2·3세를 전면에 배치해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오너 2·3세들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제약사 임원은 "매년 인사철이면 임기가 남아있어도 대표이사의 교체는 언제든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제약업계의 적지 않은 과제를 앞두고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어 인사태풍은 예고 없이 몰려 올 것"이라고 전했다.

OCI홀딩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부광약품의 경우 2025년 3월 임기만료 예정인 유희원 대표가 지난 11월 17일 사임했다. 유 전 대표는 2015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상장제약기업 최초 여성 전문경영인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하나제약 이윤하 전 대표는 내년(2024년) 3월 주총까지가 임기만료 였으나 1년 앞서 올 3월 사임했고, 그의 후임으로 보령제약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최태홍 사장이 선임된 바 있다. 또한 2025년 3월 임기만료 예정인 한미약품 우종수 대표는 올 3월 임기 2년을 앞두고 사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특성이 강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해 왔다. 최근 수년간의 사례를 보면, 2014년의 경우 임기만료 10개 기업 전문경영인 중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유임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8명 중 7명, 또 제약업계 사상 가장 많은 전문경영인들의 임기만료를 맞았던 2016년 3월에는 21명 중 4명만이 교체됐다. 

다만, 2017년에는 13명 중 임기만료로 물러난 인사는 3명에 불과했으나 임기만료와 무관하게 10명이 교체된 바 있어 최대의 `인사태풍`이 몰아친 사례도 있다. 2018년에는 20명 중 3명만이 교체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13명 중 11명이 재선임됐다. 2020년에는 19명 중 14명, 2022년에는 19명 중 15명이 재선임됐다.

이런 가운데 메디파나뉴스가 전문경영인(CEO : 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 일부는 COO : Chief Operating Officer 업무최고책임자, CFO : 최고재무책임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주요 52개 상장제약·바이오사(지주사 포함)의 57명 전문경영인 임기 현황을 집계한 결과, 20명(35%)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 정도가 재신임 여부를 기다리게 됐다.

정기주총 시즌인 2024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전문경영인은 ▲JW홀딩스 한성권 ▲국제약품 안재만 ▲종근당 김영주 ▲CMG제약 이주형 ▲JW생명과학 차성남 ▲대웅제약 전승호 ▲삼천당제약 전인석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홍 ▲셀트리온헬스케어 김형기 ▲경보제약 김태영(종근당홀딩스 대표 겸직) ▲대웅제약 이창재 ▲동아쏘시오홀딩스 정재훈 ▲삼일제약 김상진 ▲유한양행 조욱제 ▲일동홀딩스 박대창 ▲종근당홀딩스 김태영(경보제약 대표 겸직) ▲한올바이오파마 정승원 ▲HK이노엔 곽달원 ▲JW신약 김용관 ▲유유제약 박노용 대표 등이다. 
이들 중 유한양행 조욱제 대표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대한 남은 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재선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5년 생인 조욱제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병원지점장(이사), ETC영업부장(상무), 마케팅 담당(전무), 약품사업본부장(전무이사, 부사장) 및 경영관리본부장,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고 2021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HK이노엔 곽달원 대표도 재선임이 예상된다. 지난해 1일 대표이사에 선임된 곽 대표는 등기이사로 선임된 2021년 3월을 기준으로 1년만에 임기가 만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한국콜마가 인수하기 전인 CJ헬스케어 시절에도 대표이사를 맡아 매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W그룹 산하 3개사 전문경영인 변화 예상‥장수반열 오른 한성권 대표 사임
JW홀딩스 대표에 차성남, JW생명과학 대표에 함은경 JW메디칼 대표 겸직


반면 일부 전문경영인들의 교체가 예상된다. 그 중 2011년 2월부터 12년간 4연임으로 장수 전문경영인 반열에 오른 JW홀딩스 한성권 대표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권 대표는 1984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한 이래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2007년 지주사 JW홀딩스 설립 이후 재무기획본부장을 거쳐 2011년 JW홀딩스 대표이사, 2013년부터~2018년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이후 또 다시 오너인 이경하 회장과 함께 JW홀딩스 대표(COO : Chief Operating Officer 업무최고책임자)를 맡아왔다. 

한 대표가 떠나는 JW홀딩스 COO 자리에는 계열사인 수액제 주력 JW생명과학 차성남 대표가 새롭게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차 대표는 이번에 JW생명과학 대표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한 JW생명과학 새 대표는 현재 JW메디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함은경 대표(60세, 서울약대)가 JW생명과학 대표를 겸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제약품 안재만 대표이사도 이번 임기를 끝으로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약품은 오너인 남영우 명예회장(81세)과 2세인 남태훈 사장(43세) 등 3인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이다. 2015년 대표로 선임된 안재만 사장 사임 후 새롭게 전문경영인을 선임할 지 아니면 오너체제로 전환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은 제일약품 성석제 대표(63)로 2005년 3월에 첫 선임, 올해 3월 주총에서 7연임(임기 2026년 3월)에 성공했다. 일양약품 김동연 부회장(71)과 대화제약 노병태 회장(62)이 2008년 3월 선임돼, 현재 6연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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