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韓 의약계 '한강의 기적'은 언제쯤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0-14 11:55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국내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받은 노벨상으로는 김대중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노벨상 후보로 이따금씩 한강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유력 인사는 아니었기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의적 표현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중이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날, 때마침 저녁 미팅 자리를 갖던 중이었다. 자리에 함께한 이들 모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 마음으로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아쉬운 한숨도 함께 섞여나왔다. 노벨상은 평화상과 문학상 외에도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분야가 있다. 가뭄에 콩 나듯 각 분야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옆나라 일본과 중국이 수차례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으로 황폐화된 상황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적, 기술적 성장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사실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초보다 응용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조선, 반도체, 전자,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기술력은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가파르게 발전했다.

또 다른 제조업인 제약바이오 산업도 간헐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견줄 수 있는 신약들을 개발하며 성장세에 있지만, 말그대로 아직은 '간헐적'인 성과다. 

한국의 의약업계, 제약바이오가 '간헐적'이 아닌 온전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화학·생리·의학·물리 등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초 연구들이 기반이 돼야 한다. 

물론 분야를 막론하고 기초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천 번은 나왔을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은 미래보다는 코 앞의 성장만을 중시하는 태도가 아직 만연하다.

저녁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한 약계 인사는 "일본의 경우, 한 가지 연구를 하면 그걸 30년 이상 한다. 국가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며 연구를 존중해준다.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A 연구를 한 교수가 3년 뒤에 A와 관련된 연구를 다시 제안하면 '저 사람은 맨날 저런 연구만 하네'라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연구를 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노벨상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탄식했다.

반면, 또 다른 인사는 "기초 연구에 대한 것을 다른 이들이 볼 때 새로운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인사 모두 공통적으로 "줄어든 지원에 교수들이 기본 연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약계 연구의 어려운 상황에 한 목소리를 냈다.

잠시 딴 길로 새자면 김연아, 윤성빈, 우상혁 등 한국은 이전부터 개인의 역량이 눈부신 국가였다. 노벨문학상 역시 사람에게 수상되는 상인 만큼, 한강 작가 개인의 성과다. 심지어 한 작가는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뛰어난 역량이 가려지지 않았다.  

과학 분야 역시 개인의 성과로 이뤄낼 수도 있겠지만, 점점 첨단화하는 과학 기술 연구에서, 임상시험이 필요한 의약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홀로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연구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노벨상 이슈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상을 수상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응용 산업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자들이 불안해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구자들 또한 자신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소신이 필요하다. 

올해로 124년을 맞이한 노벨상은 평화, 문학,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분야에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평화상)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먼 미래의 언젠가, 한국의 과학자, 연구자가 주도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의약계, 제약바이오 연구가 나올 수 있길, 세 번째 '한강의 기적'이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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