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러 번 걸릴 수 있는 독감, 지금이라도 접종 하세요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메디파나 기자2025-01-31 10:41

고열을 동반한 초등학생이 눈과 귀까지 붉게 상기되어 내원했다. 갑작스럽게 올라간 체온은 해열제 복용에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고 아이는 몸살, 두통, 코 막힘을 호소했다. 독감이 의심되어 독감검사를 권유하자, 아이는 이미 2주전에 A형 독감에 걸려 타미플루를 복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아형의 감염 가능성을 설명하고 독감 신속항원 검사를 시행하자 아이는 이번 검사에서도 선명하게 A형 독감 양성이 나왔다. 독감접종 여부를 묻자, 독감접종도 했는데 이렇게 A형을 2번 걸릴 수 있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2025년 시작은 독감 창궐과 함께 열렸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숙주세포가 있어야 생존한다. 우리 인간이나 동물이 숙주가 되고 인플루엔자는 우리 몸 세포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복제하고 살아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D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C형과 D형은 인간에게는 의미 있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A형과 B형이 질병을 일으키는데 A형이 B형보다 더 증상이 심해 A형을 고병원성, B형을 약병원성이라고도 한다.

인플루엔자는 한 계절에 여러 번 걸릴 수 있는데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원형이 여러 개라서 그렇다. A형 독감 껍데기에는 헤마글루티닌과(H)과 뉴라미니다아제(N)이라는 특별한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H형은 18가지, N형은 11가지가 있다. 이것들이 자유롭게 조합해 수많은 항원을 만들 수 있다. B형 독감에는 빅토리아와 야마가타의 2가지가 있는데 2020년 3월 이후 야마가타 바이러스는 전 세계 독감감시에서 검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A형 독감은 H1N1과 H3N2 이다. H1N1이 돌아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유행은 1918년 스페인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가 있다.

H3N2로 유명한 대유행은 1968년 홍콩독감이다. 1918년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 때는 통계 보고가 완벽하지 않아 사망자 추정에 어려움이 있긴 하나 약 5000만명이 사망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 때는 세계 1차 대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인플루엔자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왜일까? 그 때는 독감백신이 없었던 이유가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1945년에 처음 개발되었고, 이 때는 단일 바이러스 백신이었다가 1978년도부터 H1N1, H3N2 B형 3개로 구성된 3가 백신이 되었다. 

따라서 A형 독감에 한번 걸렸어도, 다른 항원형으로 또 걸릴 수 있고, B형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독감에 걸렸어도 독감 예방접종을 안 했다면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독감 백신을 접종해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독감으로 인한 치사율이나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

|기고|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외래교수
-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 대한전문병원협회 경영이사
- 한국원격의료학회 원격검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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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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