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류 사용 환자, 53.9%가 잔여약 보유

한국병원약사회,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종합병원 연계 모델 연구 결과 발표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3-13 05:54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환자들 중 53.9%가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모델' 연구(연구자 권태협, 이형순, 정경주)에 따르면, 연구 참여 병원인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167명의 외래 방문환자에 대해 1차 상담을 실시한 결과, 53.9%인 90명이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보유 환자는 77명으로 46.1%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는 식약처가 2022년부터 사용 후 남은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거나 불법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약사회에 위탁해 실시 중인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과 연계 진행됐다. 지난해 처방 후 실제 가정에 남은 마약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병원약사회와 함께 '종합병원-문전약국 모델'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하기 위한 병원을 모집한 결과, 지역 거점 병원인 경북대학교병원이 최종 선정됐으며, 병원 앞 문전약국 6개소를 마약류 수거약국으로 지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법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마약류를 처방받은 모든 외래 환자를 모니터링했으며, 사업기간인 7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제부를 방문해 마약류를 수령하는 환자를 최종선정해 1차 상담을 실시했고, 잔여약이 있는 경우에는 2차 상담 의사 타진 후 추후 방문 시 개별 상담을 시행해 마약류 처방 현황과 잔여 마약류 현황, 발생 사유를 파악했다. 2차 상담 후 수거·폐기에 동의한 환자에게 경북대학교병원 문전약국 6개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폐기를 안내했다. 

잔여 마약 확인을 위해 2차 상담 실시 대상인 잔여 마약 보유 환자 90명 중 26명은 예약 변경 및 입원 등의 사유로 방문하지 못해 2차 상담은 미시행됐다. 나머지 64명 중 5명은 2차 상담을 예약했으나 최종 상담 거부, 잔여약 확인 불가능 등으로 제외돼 최종 59명(잔여 마약 보유 환자의 65.6%)에 대해 처방 내역과 잔여량을 확인했다. 
2차 상담 환자의 질환별, 약품 효능별 처방량과 잔여량 현황을 살펴보면, 암성통증 환자의 잔여량 비율이 가장 높았고 돌발성 통증 관리를 위한 속방형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의 12배 가까이 처방받고 있다. 

환자 1인당 362.4개의 속방형 진통제를 처방받아 26.1개를 잔여로 가지고 있고, 신경 손상 환자의 경우 환자 1인당 514개의 속방형 진통제를 처방받아 36.4개를 잔여약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잔여약을 가지고 있는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종, 444.4개의 약품을 처방받았으며 1.2종, 23.8개의 잔여약을 보유해 잔여 수량 비율은 5.4%로 나타났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암성통증 환자는 37명으로 전체의 62.7%, 비암성통증 환자는 22명으로 37.3%였다. 암성통증 환자는 2.1종, 414개의 약품을 처방받고 잔여량은 1.3종, 32개였으며 처방약 대비 잔여 수량 비율은 7.7%였다. 

비암성통증 환자는 1.5종, 474.7개의 약을 처방받고, 1.1종, 15.6개의 약을 잔여로 보유해 잔여 수량 비율은 3.3%였다. 이를 통해 잔여약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환자군은 암성통증 환자이며, 가장 낮은 환자군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로 확인됐다. 

2차 상담을 완료한 59명 중 연계된 문전 약국에 잔여 마약류를 폐기한 환자는 6명이었다.
2차 상담에 응한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잔여약 발생 사유도 조사했다. 

발생 사유 복수 응답도 개별 응답으로 보고 정리한 결과, ▲필요 시 복용에 따른 잔여 마약류 발생(60.9%)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증상 완화 및 해소로 인한 사용 중단(14.1%) ▲의존성, 내성, 부작용 발생 우려로 인한 사용 자제(9.4%) ▲앞당겨진 진료 일정으로 잔여약 발생(7.8%) ▲환자의 상태 악화에 따른 입원으로 자가 복용 마약류 사용 중단(3.1%) ▲다제약물 복용 부담으로 환자 스스로 일부 약품 투약 중단(3.1%)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 사망에 따른 경우는 1건 있었다.
연구팀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투약하는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와 달리 속방형 마약성 진통제는 환자가 통증 강도에 따라 스스로 조절해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견디기 힘든 통증'에만 사용하는 등 약물 의존성과 중독을 염려해 약물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이로 인해 충분한 통증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잔여약으로 남게 됐다. 이는 마약에 대해 약사의 체계적인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마약류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약사가 복약상담을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적절하게 통증을 관리하여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잔여 마약류의 안전한 폐기까지 포함한 전문가팀의 중재 활동 제도화 ▲원내 처방시스템에서의 전산제어를 통한 이중 확인 절차 등 처방 중재 도입 필요 ▲다제약물 관리 및 중재를 통한 잔여 마약류의 발생 감소 노력 ▲국민 대상의 마약류 관련 지식과 오남용 위험성 교육 및 홍보 ▲마약류 수거·폐기에 참여한 환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통한 환자의 자발적 참여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6명 중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환자 수는 1991만명으로 확인되는 등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증가했으나, 복용하고 남은 약이나 변질·변패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약이 가정에서 증가할 수 있어 수거·폐기를 위한 관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관련기사보기

마약류 관리 시행계획 확정…합성마약·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

마약류 관리 시행계획 확정…합성마약·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

정부가 합성마약 대응, 의료용 마약류 관리, 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및 예방 관리에 힘을 쏟는다. 6일 정부는 마약류대책협의회 심의 및 민생범죄점검회의 등을 거쳐 올해 마약류 관리 시행계획을 확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시행계획은 정부가 지난 1월 수립한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에 따른 후속조치이며, 기본계획 4개 전략에 따라 대응이 시급한 사항에 관한 대책을 담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종 합성마약 국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신종 합성마약에 대한 정보 취득 시 통제물질로 신속히 지정‧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계 반대 '마약류관리자 의무 배치법', 당국 신중론 더해져

의료계 반대 '마약류관리자 의무 배치법', 당국 신중론 더해져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반발을 산 마약류관리자 의무 배치법에 관계당국까지 신중론이 더해지고 있다. 이해관계자 대립이 첨예하다는 우려와 소규모 의료기관 현실을 감안해 신중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21일 국회 마약류 관리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극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된다. 의료기관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법안소위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속도감 있는 논의는 쉽지 않을

병의원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 강화 법 개정 추진

병의원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 강화 법 개정 추진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마약류 관리자 지정 기준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이 추진된다. 병원급의 경우 마약류를 취급한다면 필수로 배치토록 하고, 의원급도 처방량을 기준으로 배치하도록 강화하는 방식이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마약류의약품 취급 의사가 4인 이상인 의료기관에만 마약류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가 4인 미만으로 근무하거나 향정신성의약품만 취급하는 의료기관에서는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약사회 "마약류 관리강화법 환영…상세 기준 마련돼야"

병원약사회 "마약류 관리강화법 환영…상세 기준 마련돼야"

한국병원약사회(회장 정경주)는 8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전했다. 병원약사회는 "현행법 상 처방의사수를 기준으로 한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은 1970년대 제정된 것으로 50년째 변함이 없다"면서 "최근 통계자료로 확인된 바, 마약류관리자가 없는 의료기관의 마약류 처방량은 마약류 관리자가 있는 기관 대비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정신성의약품만을 취급하는 의료기관은 마약류관리자를 두지 않아도 되나, 향정신성 의약품인

"국내 '마약류 스튜어드십' 미비…정책화 기초 다질 것"

"국내 '마약류 스튜어드십' 미비…정책화 기초 다질 것"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마약류 의약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캐나다, 호주, 영국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는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대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마약류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개발 및 정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연구를 통해 기초를 잘 다져 궁극적으로 관련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2일 서울시 서초구 오크우드 프리미어에서 병원약학교육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2024 병원약학 연구논문 및 학술상 시상식'에서 '2024 병원약학 연구논문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