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진료 '첫 현장', 금시초문 주저하던 환자도 '엄지 척'

길병원 "현재 수가에서는 어려운 일..무료 봉사 개념으로 시행"
초록창 '추천', 빨간창 '비추천'..다학제 협진 의사 중 1명이 '왓슨'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12-06 06:09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가천대 길병원에서 암 환자에 대해 3분 진료 아닌 30분 진료가 처음으로 실현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제2의 의사 '왓슨' 덕분이었다.
 
 
길병원은 지난 5일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61세 남성 조태현 씨의 실제 진료 현장에 활용했다.

길병원이 왓슨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안성민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 혈액종양내과 부교수는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한 것이다. 의학이 발달할수록 치료 옵션이 늘어가는데, 왓슨은 여러 논문에 근거해 의사들에게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왓슨에는 의학정보와 다양한 근거, 논문 등이 포함돼 있고, 여기에 환자의 정보를 넣으면 8~10초 정도 만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들을 내놓는다"면서 "초록색 부분에는 추천할만한 치료법을, 노란색은 고려해볼만한 솔루션을, 빨간색은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사진>을 나열하고, 의사들이 이를 취사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가 반드시 초록색으로 활성화된 치료법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보험(급여)체계나 수가, 환자의 개별적인 선호도 등에 따라서 최종 선택은 의사가 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다학제 진료 의사들 갑론을박..'최적의 선택' 가능케해
 
특히 길병원은 왓슨을 다학제진료실에 한 명의 '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암 확정을 받은 환자는 병원 3~4군데를 다니면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병원 내부에서도 어느 진료과를 갈지 고민하게 된다. 여러 진료과를 다니면 각 과마다 추천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
 
예를 들어 외과계열에서는 수술을, 내과에서는 항암제를, 방사선종양과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추천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과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에 몇몇 대형병원들은 다학제 진료를 하는데, 이마저도 각과 의료진마다 생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갑론을박'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길병원은 환자의 과에 대한 선택 문제와 다학제 진료 어려움 등을 고려해 암 환자의 다학제 진료에 '왓슨'을 제2의 의사로 투입한 것이다.
 
안 교수는 "병원을 선택하고, 그 후 진료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이러한 방황을 줄이는 데는 다학제협진이 유용한데, 여기에 왓슨을 사용하면 어떤 과의 치료방법이 최선인지 제시해 의료진간의 의견 충돌이나 논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길병원에서 첫 진료를 본 조 씨 역시 방사선 치료를 할지, 아니면 항암치료를 할지 고민이었고, 또 항암치료를 한다면 어떤 약제를 써서 치료할지 고민이었다.
 
이에 각 과 교수들은 왓슨이 설치된 인공지능 암센터에 모여 30분간 다양한 의견을 환자와 공유했고, 왓슨 역시 입력된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 치료방법 ▲조직검사 결과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진료를 제안했다.
 

협진에 참여한 조 씨의 주치의 백정흠 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는 "의사들이 어떤 약물치료를 할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왓슨이 약물 치료 중 FOLFOX(폴폭스, 일반항암제) 혹은 CapeOX(케이폭스, 일반항암제)를 가장 높은 점수로 추천했다"면서 "의료진들도 이 결과에 대해 동의하면서 추후 조씨에 대해 해당 약물요법으로 항암화학치료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길병원 왓슨은 30% 정보만..내년 80% 달성 예정
 
백 교수는 "의사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구체적 데이터를 기억하지 못한다. 왓슨은 좋은 데이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는 좋은 진료 도구가 된다"면서 왓슨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장암, 폐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일부의 암종에 대해서만 왓슨 활용이 가능하며, 이들 암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정보가 30% 정도 들어왔다고 보면 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백혈병, 흑색종 등 다양한 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넣을 예정이고, 염기서열분석법 등의 내용도 추가할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완성도를 80% 정도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자 "처음엔 어리둥절 고민..30분간 진료 후 만족"
 

의사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가운데, 환자들도 '3분진료'에 탈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날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은 조 씨는 지난 11월 16일 3차원(3D)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았으며, 추가적인 보조항암치료 선택을 위해 왓슨 진료를 받았다.
 
조 씨는 "왓슨이라는 개념 자체는 금시초문이다. 좋은 기계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기계가 진료한다는 것에 어리둥절했다"면서, "하지만 최종 선택과 결정은 교수님들이 해준다는 말을 듣고 왓슨 진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의 교수보다는 여러명이 진료를 봐줬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았다. 게다가 기존 병원들에서는 3~4분 진료를 하고 말았는데, 왓슨을 비롯해 여러 과 선생님들이 30분간 진료 방법에 대해 설명해줘서 신뢰가 갔다"고 강조했다.
 
백정흠 교수도 "첫 진료 전 지난 2달간 시뮬레이션을 해왔는데, 환자들은 모두들 '30분 진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면서 "환자가 일단 진료에 대해 만족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라뽀 형성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결국 환자 뿐 아니라 의사도 진료를 하기 수월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공진료에 대한 수가가 별도 책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백 교수는 "현재 다학제 수가가 4-5인 이상에서 15만원이며, 환자 부담은 7,000원 정도"라면서 "왓슨이 다학제 진료에 추가된다고 해서 수가를 더 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병원의 입장에서 손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더 정확한 진료, 자세한 진료를 위한 무료 의료봉사이자 환자에 대한 서비스 개념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심평원에서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수가를 논의, 검토 중이지만,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개인정보유출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안성민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일단 최근 의료정보를 정부의 클라우드에 통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한 것으로 안다. 병원 내 왓슨을 통합 정보 집약은 개인식별정보가 빠져 있어 (법상)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으로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몇몇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병원 클라우드에서 IBM 클라우드로 정보가 넘어갈 때 서버의 통로가 매우 안전하게 설계돼 유출 위험이 거의 없다. 유출되더라도 IBM 본사에서 100% 책임을 지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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