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실패‥상급종병 쏠림에 중소병원 "아사 직전"

의료인력 수급대책 요구하는 중소병원에, "의료전달체계 개편 선결돼야" 목소리도

조운 기자 (good****@medi****.com)2019-05-31 06:03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물 밀듯 밀려드는 환자들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형병원과 달리, 환자도 없고 의사도 없는 중소병원들은 그야말로 '아사(餓死) 직전'이라는 목소리다.

이에 중소병원들은 '환자 안전'과도 결부된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최우선 선결과제로 꼽으며 대한병원협회 산하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마련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통제되지 않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30일 대한중소병원협회 제29차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에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적자원관리의 문제점'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개최했다.
 
앞서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중소병원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의료인력 수급난을 꼽으며, 대한병원협회 '의료인력 수급 개선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정부를 향해 의료인력 공급 확대 및 업무 영역 재구성 및 재배치 등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지금의 중소병원은 환자 수가 줄었는데도, 환자를 돌봐줄 최소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방 병원들의 호소는 절규에 가깝다"며, 국회와 정부를 향해 법과 제도, 정책으로 해법을 현실화 해 줄것을 요청했다.

뒤이은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박종훈 원장은 대학병원으로서 결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반길 수 만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대 안암병원 익명 커뮤니티에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퇴사를 고려중이라는 병원 직원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으며, 병원장인 박종훈 원장 역시 증가한 환자들로 진료비 수익은 높아질 수 있으나 더 큰 고민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훈 원장은 "환자 급증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해졌고, 그로 인해 환자와 직원들의 불만은 폭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인력 충원이 점점 더 부담이 되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환자 안전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의료인력들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들이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준비되지 않은 전공의 특별법, 통제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 등으로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이런 현실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단순히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충할 방안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병상 수의 2배, OECD 평균 재원 일수의 2배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로, 의료 시스템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력을 늘린다고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인 파멸을 부추길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바람직하고 건강한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논의는 없고 각 직역의 현안만 집중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직역 갈등 양상만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큰 안목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은 토론회에서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일산중심병원 병원장)은 "실제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적자원관리는 거의 붕괴 단계에 왔다"며,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의사인력은 물론 간호사 인력 부족이 너무나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1년에 1500개 중소병원 중 120개가 문을 닫는 상황이다. 의료기관 개원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할 때 120개 병원은 어마어마한 숫자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조한호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오산한국병원 병원장) 역시 "중소병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이 병원들은 허리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며, "상급종합병원의 30~60%의 환자가 경증 환자인 현실에서 중소병원들은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 중에서 중소병원을 패싱하는 정책이 많다. 예를 들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복지부가 시행하는 의뢰-회송 사업의 경우 의원들이 곧바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를 하게 돼 있어, 중소병원들이 볼 수 있는 환자까지도 상급종합병원으로 곧바로 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플로어에서도 매일 같이 의사 부족, 간호사 퇴사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지방 중소병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중소병원장은 "우리같은 중소병원 입장에서 환자 쏠림현상으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의 목소리는 배부른 소리"라며, "당장 환자를 볼 의사가 없어 간호사들이 대신해서 의사 역할을 하고, 또 간호조무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이 같은 위험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홍승령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간호정책 TF팀 팀장은 "시급한 것과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지적한 대로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에 정부도 올해부터 보건의료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청사진을 만들어가려가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과거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운영되다 결렬됐는데, 정부는 의료 의뢰-회송 사업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국정 과제로 정해 반드시 해결하려고 한다"며,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함께 논의해 나가자"고 밝혔다.

관련기사보기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