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 추세' 강조한 도입신약 허가 기간 연구, 배경은?

KRPIA, 희귀약 연도별 편차 지적… 식약처 "PIc/S 가입 과정서 제도 변화, 당연한 수순"

이호영 기자 (lh***@medi****.com)2019-10-18 06:07

국내 도입신약들의 허가·심사 기간이 평균 300일 정도이며 최근 3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허가·심사 기간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동안 국내 의약품 허가·심사 기간에 대한 업계의 어려움이 전해졌던 것과 맞물려 다국적제약사들의 도입신약 허가·심사 기간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이에 식약처는 허가 소요 기간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라며 연구대상 품목들이 허가받은 시점이 의약품상호실사협력기구(PIC/S) 가입에 따른 제도 변화로 인해 허가·심사 기간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향후 새로 도입된 허가·심사제도로 인해 허가·심사 기간 단축은 물론 완결성을 높여가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 도입신약 허가·심사 기간 최조 조사 '주목'… "우선심사제 도입"
 
최근 발표된 '한국의 신약 허가기간에 대한 조사 연구'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에 의뢰해 진행됐다.
 
국내 허가된 신약의 허가·심사에 소요되는 실제적인 기간을 최초로 조사한 것으로 최근 진행된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 포스터 전시를 통해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 허가된 115개 품목의 허가·심사 기간은 평균 299.7일(중앙값 = 293일)로 나타났다.
 
허가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을 중앙값으로 합성의약품 73개 품목은 289일, 바이오의약품 42개 품목은 302.5일로 분석됐고 전체 신약의 46.1%를 차지하는 희귀의약품은 53개 품목이 허가됐다.
 
희귀의약품의 경우 다른 신약에 비해 허가 기간이 평균 187.1일로 빨랐지만 2016년 이후 허가·심사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다른 신약의 허가 기간과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희귀의약품의 허가·심사 기간이 2015년 168일에서 2016년 293일, 2017년 242일로 늘어났다는 것.
 
이와 관련 KRPIA는 "허가 소요 기간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유사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품목 별, 년도 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며 "허가 소요 기간의 예측성을 높이고 허가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선진국과 같이 보완기간을 포함한 전체 소요기간을 허가심사 처리기간으로 정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KRPIA는 "긴급한 도입이 필요한 미충족 의학적 요구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절차가 없이 선입선출의 원칙에 의해서만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심사제도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희귀약 등 허가기간 증가, 제도 개선 과정서 당연한 수순"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허가·심사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희귀의약품 등 일부 허가·심사 기간이 증가한 사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제도 개선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구보고서 전체가 아닌 연구 결과 내용만 공개되며 신약 허가·심사 기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경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구체적인 통계를 요청했지만 KRPIA나 성균관대 측이나 제공하지 않았다"며 "전체 자료를 확인하지 않아 연구결과에 대해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보완기간을 포함해 300일 정도 허가 기간이 걸리는 부분은 다른 나라와 크게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부터 2017년에 허가 받은 도입신약에 대한 분석이었는데 당시 제도 변화에 따라 허가·심사 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도 있었다"며 "2014년 PIC/S 가입의 이행 조건이 모든 의약품에 대해 GMP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희귀의약품, 방사선의약품 등에 대해 GMP 자료 없이도 허가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제도가 개선되는 과정을 거쳐 2015년 7월 시행됐는데 연구 결과에서 품목별, 연도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는 것이 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른 나라와 제도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희귀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전체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통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허가·심사 제도 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연구결과만 공개되면서 유독 국내 허가·심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인식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현재 새로운 허가·심사 제도를 도입해 신속한 허가·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예비심사제, 보완요구 기한 지정제, 보완요청 표준양식, 혁신제품조정위원회 등 4가지 제도를 도입했다"며 "신속한 허가를 위한 것인데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단 며칠이라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완결성이다. 빠르게 허가를 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결성을 위해 과감하게 반려도 많이 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허가심사 과정을 신속하게 하면서도 내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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